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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액션 블록버스터 `인랑`으로 컴백한 김지운 감독. 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인랑’이요? 다시는 못 할 것 같은…무모한 도전에서 시작해 스스로 생각해도 완주했다는 게 거짓말 같은 작품이죠.(웃음)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아직 제가 멈추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거장 김지운(54)에게도 ‘도전’이었단다. 스스로 ‘내가 이걸 하겠다고 하다니…제정신이었나 싶다’며 다시 생각해도 헛웃음이 난다는, 영화 ‘인랑’은 그에게 그런 작품이란다.
“시작은 무모했고 과정은 모험 그 자체였다. 내 수명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며 덤덤하게 운을 뗀 그는 “주어진 미션이 워낙 어렵다보니 아주 작은 것부터 한 가지 한 가지를 해결해 나갈 때마다 성취감이 컸다. 매 순간 힘들고 고민이 끊이질 않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그 성취감이 나를 지치지 않게 했다”며 ‘인랑’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 ‘인랑’을 실사화한다고 했을 땐 원작 팬들이 우려를 넘어 연민을 느끼시더라고요.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어둡고도 모호한 세계관 등 모든 면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과제였으니까요. 사실 처음엔 ‘공각기동대’를 하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정황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운명처럼 ‘인랑’이 제게 왔어요. 부담스럽지만 거부할 수 없었고 뭐에 홀린 듯한(?) 강한 도전의식을 일으켰죠.”
‘인랑’(감독 김지운)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국 정서에 맡게 각색했다. 애니메이션 속의 배경이 세계대전 패전국이 된 일본이라면, 영화 속 배경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불완전한 통일을 이룬 한국이다. 극심한 빈부 격차, 내전에 가까운 반정부 세력과 정부의 대결, 쉽게 융합될 수 없는 사상의 차이 등 어지러운 상황.
주인공인 임중경(강동원 분)은 반정부 세력 테러조직인 ‘섹트’를 잡아내는 잔혹한 특수기동부대 대원으로 조직에 대한 충성과 섹트의 일원이자 연인 이윤희(한효주 분) 사이에서 끝없이 고뇌한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골자로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병기 ‘인랑’의 실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곁들인다.
“원작을 가져오지만 그 안에 나만의 세계관을 입히고자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는 김 감독은 “결국은 집단과 개인의 이야기다. 혼돈의 세계 속에서 개인을 억압하는 집단화된 무엇, 그 안에서 고뇌하는 인간이 자각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를 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어떤 전개 방식도 있었어요. 한국 영화가 대부분 인물을 쫓는데, (나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한 인물의 감정보다도 그 오묘한 ‘심상’을 따라다녔죠. 반면 ‘포스트’ ‘스포트라이트’ ‘1987’ 등의 작품들은 이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세스를 드러내면서 주제의식을 전달해요. 한국 영화계에서는 가장 취약한 전개 방식이죠. 그런 잘 안 쓰는 방식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다소 낯선 방식 때문일까. 그리고 작품에 대한, 감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인랑’ 시사회 이후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인랑’ 실사화의 가장 중요한 축인 비주얼 면에서는 찬사가 쏟아진 반면, 또 다른 축인 스토리 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과도하게 힘을 준 ‘멜로 라인’,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에 작품 전체와 다소 거리감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감독은 “총격신 등 액션이나 비주얼에 대한 반응은 좋았지만 멜로 라인에 대한 쓴소리들이 좀 있었다. 멜로 라인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지는 것 같더라. ‘혼돈의 세계에서 어떻게 (로맨스가) 살아나게 됐나?’라는 평도 많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프로세스를 통해 인물이 드러나는 방식을 보여주려다 보니 멜로에 대한 부분이 들어갔고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는 부분에서 무엇이 적합할까 생각하던 중 ‘사랑’이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에 대한 접근법도 생각했다.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그것(로맨스)이 매개체가 됐지만 시나리오로 옮겨지면서 집단과 개인의 이야기가 더 많이 올라왔으면 싶었고 현지 세태를 반영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호불호가 갈릴 줄은 몰랐다. 보는 이들이 러브라인을 집중하게 되면서 취향을 타게 된 것 같다”면서 “로맨스를 작품의 핵심으로 본다면 오역이다. 하나의 장치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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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운 감독은 `인랑`을 둘러싼 엇갈린 반응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 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김 감독은 “원작의 세계관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나만의, 새로운 해석을 가미했다. 그 지점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며 “비주얼 부분은 충분히 하고자 했던 대로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남은 건 대중의 평가 뿐”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하려고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이 출연한 ‘인랑’은 25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8분. (인터뷰②에서 계속)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