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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공백은 ‘독’이 아닌 ‘득’이었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꽃할배 리턴즈)가 금요일 밤을 지배하고 있다. 6일 방송된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첫 방송부터 10%에 육박하는 시청률(9.2%)을 기록했고, 6일 방송된 2회에는 평균 시청률 8.5%, 최고 12%를 기록했다.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다. tvN 주요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도 평균 4.3%, 최고 6.5%를 기록,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다.
‘꽃할배 리턴즈’는 할벤저스 H4(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에 막내 김용건이 합류해 동유럽에서 펼쳐지는 진짜 어른들의 리얼 배낭 여행기를 담는다. 독일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동유럽 여행은 다채로운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로 시청자와 마주한다.
나영석 PD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3년 공백을 이렇게 얘기했다. “3년을 쉬었던 건 ‘삼시세끼’를 비롯해 ‘윤식당’ ‘알쓸신잡’ 등 새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신경 쓰느라 ‘꽃할배’를 기획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이 꽤 흘렀고 사람들이 ‘꽃할배’를 많이 잊고 있을 것 같아 머뭇거리고 있었다.”
시작만 했다 하면 5% 이상의 시청률은 보장해주던 효자 프로그램. 나영석 PD로선 포기하기엔 아까운 카드였다. 그렇다고 시즌 시작 후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먼 여행을 또 나서기엔 할배들의 건강은 장담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70대였던 할배들도 80대가 됐다. 막내 김용건의 나이가 일흔 넷이니 제작진으로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터.
이러한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준 이는 맏형 이순재였다. 나영석 PD는 “이순재 선생님을 만나 뵌 적이 있는데 ‘우리 또 가야지?’ 하셨다. 여행을 갔을 때 스케줄을 힘겨워 하실까봐 걱정이 됐는데, 가장 연장자인 순재 선생님이 의욕을 보이셔서 그게 도화선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본격 기획에 들어갔고, 여든이 넘은 나이를 고려해 계절을 기다렸다. “너무 춥거나 더울 때 가면 안 될 것 같아 날씨가 가장 따뜻할 때 모시고 가게 됐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3년 만에 컴백한 ‘꽃할배’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멋쟁이 김용건이 새 ‘막내 할배’로 합류했다. 김용건은 20대 후반 백일섭과 하숙을 함께 한 사이. 동거동락한 두 사람은 박근형과 자주 어울리면서 그때 그 시절을 보냈다. 제작진은 “이름은 꽃할배지만 프로그램에서 ‘꽃보다 청춘’이 보인다”며 “20∼30대 때 한참 놀던 세 분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추억을 공유하며 새로운 막내라인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용건은 지금까지 꽃할배 중 가장 수다스러운 캐릭터다. 나영석 PD는 “하루에 농담을 1000개 이상 하시는 것 같다”며 김용건의 유머코드를 언급했다.
이서진의 떨어진 체력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나영석 PD는 “이서진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 노안도 왔다. 지도를 잘 보지 못한다. 다음엔 할배 쪽으로 가고 싶어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할배들과 한층 더 탄탄해진 케미를 발산한다. 노련한 가이드 역할로 프로그램의 매력을 십분 살렸다.
‘꽃할배’는 나영석 PD가 KBS를 떠나 CJ E&M으로 이직한 후 처음으로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는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프로그램은 ‘협찬 많이 따서 회사에 돈 좀 벌어줘야 하는데’, ‘시청률 잘 나와야 하는데’란 생각이 많이 드는데 ‘꽃할배’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 홍수 속에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꽃할배’가 지닌 의미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3년 공백은 그에게 쉼표인 동시에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 셈이다.
한편, 6일 방송에선 꽃할배들이 생생한 독일 역사 현장을 둘러보며 많은 것들을 느끼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할배들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체크 포인트 찰리, 월 메모리얼 파크 등으로 발길을 돌리며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둘러봤다. 특히 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서 각자가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드러내며 추모하는 마음을 깊이 새겼다.
이서진은 짐꾼 임무 수행 중 작은 실수들을 연발하며 인간미를 발산했다. 도착할 지하철 역을 착각하고, 목적지를 지나치는 등 지난 숱한 여행 기간에도 막힘없이 해냈던 가이드 임무에 실수를 해버린 것. 이서진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오히려 할배들은 '흔치 않은 경험'이라며 넉넉한 마음을 보여줬다.
또한 백일섭은 그동안 여행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