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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새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로 시청자들과 만나는 이민영. 사진ㅣ유용석 기자 |
방부제 미모는 여전했다. 핑크빛 슈트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이민영은 20대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세월이 지나도 어떻게 그대로냐”고 하자 “놓을 수 없는 게 우리 직업이더라”며 해사하게 웃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니 편하게 쉴 수만은 없고 운동도 끊을 수 없었다”는 그는 10년 전부터 시작한 필라테스가 전문 강사 수준이다. 자격증을 딸 정도로 열심이었는데, 작품을 하지 않을 때도 그렇게 늘 뭔가를 하고 있었다.
“제가 뭘 시작하기 전엔 밍그적 거리는 타입인데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덤덤하게 하는 편이에요. 필라테스도 그렇게 시작한 거였는데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렸죠. 요즘엔 영어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 아직 초보 수준이에요. ‘최강 배달꾼’ 끝내고 1년간 쉬었는데 여행도 다니면서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1년 만에 TV 앞으로 그를 불러낸 사람은 전우성 감독이었다. 전작 ‘최강 배달꾼’을 함께 한 인연이 있는 감독은 4일 첫 방송되는 KBS2 수목극 ‘당신의 하우스헬퍼’에 그를 캐스팅했다. 이민영은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고마웠다”고 했다.
“드라마 끝나고 안부 문자 한 번 보낸 적 없는데 다시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연기를 잘해서 보답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래도 다른 표현을 못해서 미안하기도 해요. 요즘은 온통 드라마 생각밖에 없어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어떻게 캐릭터를 잘 녹여낼까 대본 베고 잔다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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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싱글맘 연기에 도전하는 이민영, 참 여전히 예쁘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이민영은 극중 광고회사 팀장 ‘안진홍’을 연기한다. 실력 있는 광고 기획자이지만, ‘싱글맘’이다.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꿋꿋이 삶을 개척해나가는 워킹맘이지만, 남 모르는 아픔을 간직한 인물.
그는 “나름의 사연이 주어진 캐릭터다. 처음엔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나중엔 성장시켜주는 멘토 같은 사람이 된다”면서 “겉으로 볼 땐 완벽해보이는 커리어우먼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사연과 아픔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역할이 크지 않아 촬영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 드라마는 주인공들 얘기만 한다고 재밌는 게 아니잖아요. 주변이 어우러져야 하고 탄탄하게 받쳐줘야 재미가 더해지니까요. 우주소녀 보나와 붙는 장면이 많은데 아이돌 출신이라도 연기하는데 별 어려움 없이 현장에서 잘 적응하더라고요. 보면 신선하고 귀엽고 그래요.”
이민영은 MBC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최지우, 안재욱과 동기다. 1997년 출연한 드라마 ‘짝’이 그에겐 출세작이었다. 당시 청순단아한 항공사 승무원 역으로 주목받으면서 단박에 뭇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떠올랐다. 아직도 그 작품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고 하니,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민영은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대표작을 못 만들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며 “그때가 천리안 나우누리 시절이었는데 팬들이 편지 써서 보내오고 (기사 스크랩해) 복사해주고 그랬다”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당시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김혜수는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인연’이다.
“혜수 언니를 생각하면 늘 좋았던 기억밖에 없어요. 촬영이 늦게 끝나면 (언니) 집에 가서 재워주기도 하고 늘 아껴주고 예뻐해주셨죠. 그런데 제 성격상 다가가질 못했던 것 같아요. 그때도 톱스타였지만 지금까지 국보급 여배우로 맹활약 중인 걸 보면 너무 멋진 언니란 생각이 들어요. 언니 작품은 빠지지 않고 챙겨보게 되고 응원하고 있어요.”
‘짝’ 이후에도 그에게 들어온 배역은 주로 선하고, 단아하고, 지고지순한 여성 혹은 며느리였다.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결혼의 법칙’ ‘연인’ 같은 일련의 작품들에서 그녀만의 향기와 색깔로 시청자를 만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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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영은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지만, 배우로선 여전히 갈증 난다고 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저는 확 뜬 적도 없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도 없어요. 그냥 잔잔하게 연기생활을 해왔던 것 같아요. 생각이 많고 속으로 삭히는 타입이라 상처를 잘 받긴 하지만 기억력이 또 좋지 않아 지난 일은 잘 잊어버려요. 그냥 제 운명이었다 생각해요. 많고 많은 연기자 중 그래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곳이 있고 연기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지금껏 손에 꼽을만한 일탈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연기자가 됐고, 직장인처럼 연기생활을 해왔다. 배우로서도 큰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계기가 없었다. 그러다 연이어 지상파 아침 드라마 주연으로 나서면서 복수의 통쾌함을 맛봤다. SBS 아침극 ‘나만의 당신’은 시청률 16.9%를 기록, ‘아침 드라마 여왕’으로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그 드라마를 하면서 악역도 보여달라는 주변 반응이 있었어요. 나도 이젠 센 캐릭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강 배달꾼’은 작은 배역이었어도 기존에 하던 것과 달랐어요. 고민하고 시작했는데 끝나고 나니 아쉽고 허전하더라고요. 망가지든 배역이든 코믹한 배역이든 적극적으로 해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요.”
이젠 ‘베드신’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과거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남의 일이었는데, 지금은 “반드시 필요하다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로 바뀌었다고 한다.
“저는 항상 제 삶을 반성하면서 살아요. 그동안은 소극적이고 용기가 많이 부족했죠. 오는 기회만 기다렸던 것 같아요.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제 인생을 개척해나가고 싶어요.”
그런 성격이 삶을 온화하게 만들긴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뜻하지 않게 그는 오래 전부터 ‘소확행’(小確幸)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다. 화려하고 큰 꿈을 꾸기 보다는 소소한 행복에 의미를 둔 일상을 보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또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다.
“저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무탈하고 잔잔한 행복이 제일 좋아요. 너무 기쁘고 너무 신나고 그런 것보다 오늘 하루 맛있는 거 먹으면서 평온하게 보내는 걸 좋아해요. 돌아보면 고등학교 졸업 후 이 일로 들어와 놀아본 적이 없네요. 어릴 땐 일하느라 못 놀고, 지금은 놀 나이가 아닌 것 같고.(웃음) 신나게 놀아본 적도 없고요. 근데 그게 체질에 맞아요. 조용한 걸 좋아하니까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지만, 배우로선 여전히 꿈꾸고 갈증 나 있다. “가장 하고 싶은 건 사극이에요. 주변에서도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나 ‘넌 사극을 좀 해봐’라고 하시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시대극(토지) 한 번 해본 게 전부에요.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한때는 1등 며느리감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탐나는 신붓감인데 한 번의 아픔 후 아직 혼자다. 혹시 결혼 생각이 없는 건 아닐까.
“그러게요. 아직 인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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