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의 묵직함과 그것에 대한 뜨거운 진심이 만나니, 뭉클함의 깊이는 몇 배가 됐다. “위안부 영화로만 규정짓지 말고, 여성‧법정물로도 봐 달라”는 감독의 말대로 작품은 위안부 문제를 담담하고도 입체적인 시각으로 다룬다. 다양한 장르와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풀어낸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른 결이다. 영화 ‘허스토리’를 두고 하는 말.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서 재판을 이끈 이들의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6년간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당시 일본을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룬 재판이지만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역사 속에서 잊혀진 ‘관부재판’ 실화를 처음으로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 1990년대 후반 당시 동남아 11개국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재판 소송 중이었으나, 유일하게 관부 재판만이 일부 승소를 거두고 국가적 배상을 최초로 인정받았던 귀중한 재판이다.
![]() |
그동안 ‘위안부 문제’는 민족의 큰 상처로 환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민 감독은 상징적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여성, 인간으로서 개별 할머니들의 아픔을 바라본다. 당시의 처절함을 재연하기 보단 법정 증언대를 통해 개개인의 사연을 들려준다. 고통으로 썩은 가슴의 상처와는 비견할 수 없지만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흉터투성이의 맨몸을 드러내며 할머니들은 외친다. “내가 곧 증거이자 증인”이라고.
존재 자체가 죄인인 마냥 움츠려든 할머니들은 재판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끌어안는 이들의 진심에, 같은 고통을 곁은 서로 서로의 진심에, 그리고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바라는 후세에 대한 애정으로 말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이런다고 세상이 변하겠냐고요? 변하지 않겠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겠죠. 그래도 적어도 우린 변하겠지요.”라는 대사처럼, 할머니들은 고개를 들고 당당히 자신들을 ‘국가대표’라고 말한다. 이야기만 꺼내도 괴로웠던 과거의 고통과 용감하게 대면하고, 깨닫고야 만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함이었다고.
주‧조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배우들은 저마다의 진심을 담아 연기한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까지 완벽해내며 진정한 여장부로 빙의된 김희애부터 과거를 숨긴 채 아들과 힘들게 살아 온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한 김해숙, 이들과 함께 일본 정부에 맞서는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베테랑 배우들의 깊은 연기 내공은 시작부터 끝까지 빛나고 또 빛난다. 일상 속 감춰진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담담히 연기하면서도 각 캐릭터들의 색깔이 모두 다르고, 이에 따른 탁월한 강약 조절과 완벽한 호흡으로 강한 여운을 남긴다.
![]() |
하지만 영화 속 대사처럼 결코 끝난 게 아니었다.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역사적 아픔, 할머니들의 고통을 우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