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김주혁을 회상하며 존경과 애틋한 마음을 전한 진서연. 사진 | 강영국 기자 |
“선배님이 ‘독전’을 보셨다면, 대수롭지 않은 듯 쓰윽 한 번 웃으며 ‘뭐, 괜찮네!’ 한 마디 하셨겠죠. 이렇게 (흥행이) 잘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그래도 역시나 ‘에이~뭐, 뭐 그냥~’ 이라며 고개를 저으셨겠죠. 생각지도 못한 칭찬을 너무도 많이 듣고 있는 요즘, 선배님이 더 그립고 보고 싶어요. 수줍고 또 오글거려서 그땐 말씀드리지 못 했어요. 촬영하는 매순간 감동했고 감사했는데…선배님 같은 배우가, 그리고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말을 꼭 하고 싶어요.”
고(故) 김주혁의 유작 ‘독전’, 그리고 그의 생전 마지막 파트너가 된 배우 진서연의 말이다.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이 손익분기점인 280만 관객을 가뿐히 넘기고 흥행몰이 중인 가운데, 작품 속에서 그 어떤 배우 못지않은 강렬함으로 재발견 된 진서연이 고 김주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극 중 저와 즐겁게 얘기하고 교감하는 캐릭터는 사실상 진하림 밖에 없어요. 보령에게 자신과 하림 빼고는 다 종이인형과 마찬가지니까. 선배와 얘기를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내려 했는데 워낙 말씀이 없으시고 샤이한 분이셔서…(웃음). 그런데 재밌는 분이세요. 툭툭 던지는 개그가 깨알같이 웃기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특유의 힘이 있으세요. 무엇보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 그 무한한 에너지라든가 상대 배우를 빛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포근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리액션이랄까요? 딱 첫 신을 함께 하고 난 뒤부터는 선배만 믿고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죠.”
남다른 작품, 극한의 캐릭터, 대배우들의 열정이 넘치는 촬영장.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적은 그녀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지만 김주혁을 비롯한 현장의 배려로 인해 후회가 남지 않는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단다.
“현장에서 배운 건 연기뿐만이 아니었어요. 특히 가장 가까이에서 주혁 선배님을 보면서 느끼는 게, 다짐하게 된 것이 너무나 많았죠. ‘나도 선배가 된다면, 아니 동료로서든 배우로서든 파트너서로든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0년을 연기한 톱스타가 아무 것도 아닌 내게 이런 자세로 대해주시는 게 신기했고 감동이었죠. 촬영 전엔 긴장도 되고 여유가 없었고 친해진 뒤에도 수줍어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물론 얘기를 했다고 해도 못 들은 척 하셨을걸요?(웃음) 그렇게 촬영이 끝난 뒤 1주일 만에 선배님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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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독전’에서 호흡을 맞춘 고(故) 김주혁과 진서연. 제공|NEW |
“‘독전’은 제가 그 어느 때보다 정말 신나게, 한을 풀어내듯 열정적으로 임했던 작품이에요. 작품의 흥행 여부를 떠나 제겐 이미 잊지 못할 소중한 영화인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또 김주혁이라는 좋은 배우를 알게 해줬고,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됐다는 것에 그저 영광스럽고 감사하고 숙연해질 따름이에요. 여전히 선배님이 늘 하시던 깨알 같은 ‘개미 개그’가 들리는 것 같아요. 슬퍼하거나 가슴 아픈 것 보단 즐겁고 유쾌하게 순간 순간을 즐기고 현장을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어디에서든)여전히 그러실 거라고 믿어요.”
‘독전’은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 분)의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 분)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 분)이 나타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 분)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 분)을 만나게 되는 원
진서연은 하림의 연인 보령 역을 맡아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도 강렬한 마성의 매력으로 그 어떤 배우 못지 않은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진서연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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