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해영 감독은 `독전` 관객들이 캐릭터와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공| NEW |
영화 ‘독전’이 새로운 박스오피스 1위로 우뚝 섰다. ‘램 페이지’로 시작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데드풀2’로 이어지는 외화 초강세 속에서 한국 영화가 왕좌를 차지한 건 무려 42일 만이다.
“큰일을 해내셨다”고 인사말을 건네니, “너무 감사하죠. 모두에게”라며 쑥스러워 하는 이해영 감독(45). 그는 “흥행을 한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더라. 나 자신보다도 함께 일하는 모든 ‘독전’ 배우들, 스태프들, 관계자들이 힘을 내고 좋아하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로지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안 썼던 뇌 근육을 써보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그동안 숱하게 만나 온 흔한 범죄극과는 다르다. 요소마다 딱 한 끝씩 다른 결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웰메이드 범죄극으로 완성됐다.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는 언론시사회 이후 ‘한국 범죄극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극찬을 얻은 데 이어 지난 22일 개봉 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 같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경계했을까.
“장르물에서 응당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있는 반면, 꼭 그렇지만 않은 것들도 있다”며 운을 뗀 그는 “장르 물의 주파수에 충실하면서도 보다 다양한 영화적 재미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기존 작품에서는 그저 나의 성실함으로 승부했다면 이번엔 한 발짝, 아니 몇 발짝 뒤로 물러서서 보다 유연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했고 수위 조절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전’을 캐릭터 무비라고 정의했다. 최근 몇년 간 쏟아져 나온 범죄 액션 장르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캐릭터가 저마다 살아 숨 쉬도록 온 힘을 기울였단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 어떤 이야기보다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독전’을 조금은 다른, 새롭고 독특한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결국 캐릭터예요. 저마다 강렬한 개성을 지니고 있고, 그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 그것을 완성시키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큰 힘이죠. 우리 영화를 보면서 ‘저 배우가 저런 면이 있었어?’ ‘이런 연기도 하네’ ‘저 캐릭터 재미있다’ 등등의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으면 좋겠어요.”
극 중 원호(조진웅 분)를 중심으로 마치 ‘도장깨기’ 하듯 강력한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캐릭터 간 얽히고설킨 관계는 생생하고도 이색적으로 그려진다.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저마다 생생하고도 처절하게 살아 있다.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개연성은 물론, 제각각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신념으로 끝이 달라지는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누굴 죽이고 살아남는 것보다도 이들이 어떤 생각과 선택을 했는지를 되짚어보게 되는 독특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기뻐할 건 기뻐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큰 데, 그것과는 별개로 스스로 성취하고 싶은 만큼 닿지 못한 부분들도 분명 있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용기도 도전도 필요했던 작업이었다. 열심히 한 만큼, 많은 분들이 진심을 모아 만든 만큼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그마음이 닿길 바랄 뿐”이라고 바랐다.
아울러 “그동안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내가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조금은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어떤 면에서는 조금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기 위해 증명해내야 할 순간이 꼭 필요하다면 그것이 ‘독전’이길 바란다”고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으로 조진웅, 류준열, 고(故) 김주혁, 차승원 등이 출연한다. 개봉 5일 만인 26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인터뷰②에 계속)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