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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억을 만나다'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정현은 '초인'을 만난 게 연기 인생의 행운이라 설명했다. 제공|바른손이앤에이 |
(인터뷰①에 이어)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불안한 청춘’의 대표주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김정현(29)은 그 자신의 불안했던 청춘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털어놨다.
"배우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기회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기회가 없고 나라는 사람이 보여질 수 있는 공간이나 매체가 없고, 나는 할 수 있는데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은 없다는 강박들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는 다르다는 괴리감이 있었죠. 돈은 필요하지만 꿈도 좇고 싶은, 그 자체가 불안했어요. 내가 꿈꾸는 일 자체가 돈을 못 번다는 것. 그것 자체가 힘들었죠."
김정현은 "카드회사에서 독촉 전화도 받아봤고, 라면도 못 먹을 때도 있었다. 힘든 얘기는 끝도 없다. 우울증도, 상실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항상 감사하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과 호흡하는 배우의 꿈을 안고 연기에 매진한 그의 연기 인생을 바꾼 작품은 2016년 개봉한 영화 ’초인’이다. 김정현은 데뷔 첫 장편영화인 ’초인’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학교 2017’,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으라차차 와이키키’까지 잇달아 캐스팅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첫 장편작인 ’초인’이 제 불안을 깨줄 것이란 생각은 못 해봤어요. 그 영화를 한다는 것,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했었죠. 그런데 이후 기대도 못 했던 일들이 있어났고 영화제에 가게 됐고, 여러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초인’이 정말 고마운 작품이죠."
지난해 말에는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독보적인 행보를 예약한 김정현. 들뜰 법도 하지만 그는 "상을 받았다고 해서 대단해진 건 아니다. 잘 풀리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지금도 잘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라 담담하게 말했다.
영화 ’기억을 만나다’를 비롯해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까지. 청춘물에 강점을 보이는 김정현은 동년배 배우들을 제치고 캐스팅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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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정현은 청춘물에 강점을 보인 비결로 '절실함'을 꼽았다. 제공|바른손이앤에이 |
힘든 과정에도 우직하게 꿈을 좇을 수 있었던 건 열정 이상 무언가 확신이 필요했을 터. 하지만 김정현은 ’자기 확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기본적으로는 강한 확신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생각해요. 그런데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실감이 더 컸죠. 그걸 극복하면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순환이 계속 된 것 같아요. 나는 자신이 있는데,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생각했던 크기 만큼의 상실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반복하면서 하다가 운이 좋게도 ’초인’이라는 작품을 만난 거고요."
김정현은 "사실 자책이 많다. 스스로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는다. 자신감은 있지만 내 스스로에 대해 엄격한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연기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다. 힘든 순간에도 김정현을 연기 외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던 비결이라면 비결이랄까.
"다른 걸 할 수 있는 재주가 없었던 것 같아요. 게을러서 그런 걸 발견하려고 눈을 안 돌린 것도 있었고, 너무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 욕심 때문에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진취적이고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으면 달랐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연기 외에 다른 것을 주로 갖게 할 정도로 연기보다 강한 확신이 드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기억을 만나다’를 통한 만남이었던 만큼 인터뷰 말미 김정현에게 물었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의 기억 중 가장 만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건 언제였을까. 김정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음. 2014년 여름, 영화 찍기 전에 아르바이트 할 때 되게 힘들었거든요? 우울증도 있고, 하루에 열몇 시간씩 알바만 하고. 돈은 조금씩 모이는데 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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