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어머니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어떤 어머니를 만나냐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가족이 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적이면서도 흥미롭고 따뜻하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족 초상화와도 같은 작품이다.
임수정의 첫 엄마 연기로 화제를 모은 ‘당신의 부탁’이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가족에 대한, 구체적으로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아들에게 법적인 엄마로 남겨진 효진(임수정)과 자신이 기억하는 친엄마를 찾아다니는 종욱(윤찬영)의 만남과 성장을 담는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에 대한 상실의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은 갑자기 가족이 되고, 통과의례와도 같은 애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서히 변화를 겪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슬픔과 새롭게 맺은 가족관계의 어려움 소겡서 회복의 과정을 담백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낸다.
그리고 영화 속에선 다양한 형태의 ‘엄마들’이 등장한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혈육관계의 엄마’만은 아니다. 법적인 엄마, 하지만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주인공 효진(임수정)을 비롯해 출산을 앞둔 효진의 친구이자 예비 엄마인 미란(이상희), 늘 잔소리를 달고 사는 현실 엄마(효진의 엄마) 명자(오미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10대 엄마 주미(서신애)와 엄마가 간절이 되고 싶은 준비된 엄마 서영(서정연)까지.
영화에서 명시하는 정답은 없다. 우리가 평소 무의식적으로 강요받는 엄마의 역할도 그려지지 않는다. 감독은 그저 관계를 맺는 모든 이들이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음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물보다 진한 피, 하지만 때로는 피보다 진한 ‘정’, 아니 진하든 진하지 않든 ‘가족’이라는 한층 넓은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좁게는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 나아가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더 나아가 선택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가족의 문턱을 낮춘다.
이번 작품으로 첫 엄마 역할을 맡은 임수정은 가히 섬세한 감정 연기의 끝을 보여준다. 상실 혹은 죽음의 애도 후 벌어지는 일상 속의 내면의 파동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역할에 대해 스스로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타인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고 강요하기도 하는데 효진은 그런 맥락에서 엄마 역할에 아직 준비가 덜 됐지만 그 역할을 스스로 선택하고 수행하며 성장한다. 임수정은 이 같은 성장형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윤찬영 역시 엄마가 필요한 사춘기 소년 종욱을 제대로 제 옷처럼 입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두 번의 상실을 겪고 또래가 겪을 상실감과 고민을, 측은함과 반항심을 표정만으로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우리에게는 모두 ‘엄마’가 있다. ‘당신의 부탁’은 여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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