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긴 기다림을 연기에 대한 꿈과 믿음으로 버텨왔다는 배우 이엘. 제공 | NEW |
등장만 했다 하면 ’미(美)친 존재감’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파격적인 노출신을,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도발적이고도 시크한 현대판 삼신할매로, ‘화유기’에서는 우마왕(차승원 분)의 충직한 신하 마비서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엔 성인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에서 매력적인 불륜녀 제니로 분해 또 한 번 제대로 사고를 쳤다. 배우 이엘(36)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개성 있는 역할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다 나 스스로도 그런 캐릭터에 재미나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며 온화한 미소로 운을 뗐다.
“그동안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는데 사실 제니의 경우는 진한 화장이나 섹시한 의상 같은 것들을 대부분 배제했어요. 가장 편안하면서도 내추럴한 모습으로 제니를 만들어가려고 했죠. 그런 평범한 연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에 ‘바람 바람 바람’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요.”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카사노바 석근(이성민 분), 순진하고 소심한 매제 봉수(신하균 분)와 그의 아내 미영(송지효 분)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 분)가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성인 코미디물.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리메이크 했다.
사실 충무로의 ‘뉴 페이스’로 주목받기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던 이엘. 이제는 당당히 스크린 속 주역으로 분해 들뜰 법도 한데 장시간 스크린을 꽉 채운 자신의 얼굴이 그저 어색하단다. 그는 “그동안 아픔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욕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상한 믿음 같은 게 있었다.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라는 사람이, 이엘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아주시고 내게도 어울리는 배역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주목을 받기까지 어려울 때가 많긴 했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었고, 주변에서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분들이 워낙 많아 흔들리지 않게 달려온 것 같아요.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을 무조건 제 안에서 찾으려고 했고,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나 스스로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채찍질 해 온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저를 향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 |
↑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 개성 넘치는 연기가 매력인 배우 이엘. 제공 | NEW |
그녀는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영화”라며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은 나와 제니가 인간적으로 긴밀히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표면에 드러나는 건 불륜이지만 단지 상대 이성을 유혹하는 것보다는 제니가 스스로의 상처를 이겨나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근원적 외로움이나 과거 상처로 인한 아픔을 이겨내며 성장해 가는, 그런 시선으로 봐주시면 보다 몰입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그 부분을 너무 뻔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으니까요.”
끝으로 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보다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그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작 ‘스물’로 재기발랄한 센스와 남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