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예술계의 각종 성추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연일 충격을 안기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상처인 동시에 또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렵게 낸 용기가 자칫 왜곡, 훼손될 우려가 있어 다시 한 번 냉정하고도 올바른 시각과 판단이 요구된다.
앞서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 연출가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윤택 연출가가 자신을 성추행한 사실을 폭로한 것이 시발점이 된 ‘미투 운동’(Me Too Campaign/Me Too Movement, 해시태그로 #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연극계 감독, 배우를 비롯해 충무로의 대표 배우들도 모두 이 같은 성추문에 휩싸이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역시나 이름값이 높은 충무로의 배우들에 시선이 쏠렸다. 그리고 이들의 반응과 대처 모두 제각각. 논란이 불거지자 바로 과거를 인정한 채 고개를 숙인 이도, 처음엔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나 이내 어정쩡한 태도로 결국 침묵을 택한 이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회피하는 사람도, 억울한 희생양으로 불리는 이도 있었다.
![]() |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직(정년트랙 부교수)에서 사임한 그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기자, 곧바로 소속사를 통해 “명백한 루머로 사실무근”이라며 “악성 댓글 및 허위 사실 유포 및 주장에 대해 법정 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해당 논란 관련 청추대학교 학생들의 진술과 “부적절한 성적 언행 및 행동으로 중징계를 내린 것이 맞다”는 학교 측의 입장 표명으로 조민기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그는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 등 해명을 했지만 오히려 논란은 키우는 꼴이 됐다. 결국 조민기는 침묵하기 택했고, 그의 성추문 사건은 현재 충북지방경찰청에서 내사를 진행 중이다.
조재현의 경우는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잘못은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처음 나에 대한 루머를 듣고 사실과 다른 면이 있어 해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했고, 추측성 기사도 일부 있어 얄팍한 희망을 갖고 마무리되길 바라기도 했다”면서 “반성보다 아주 치졸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나 자신이 괴물 같았고 혐오감이 있었다. 고백하겠다. 난 잘못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다.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다. 정말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오달수의 경우는 다른 성추문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이니셜로 언급돼 논란이 시작됐지만 시인도, 부정도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어 출연 예정인 드라마 관계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만큼 언제까지 그의 입장을 기다릴 수 없는 노릇. 여기에 연인 채국희와의 결별설까지 전해지면서 그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같은 이유로 도마에 오른 곽도원의 경우는 “사실 무근”으로 강력 대응해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의 첫 희생자라고 칭하고 있다. 24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곽도원을 특정(초성 ㄱㄷㅇ)한 듯한 성추행 폭로글이 올라왔다가 곧 삭제됐다.
하지만 워낙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급속도로 각종 사이트와 SNS로 해당 글이 퍼져 나갔고, 곽도원은 그 화살이 자신으로 지목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배우 필모그래피와 주장된 내용의 시점도 맞지 않다”며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다만 그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사실과 다른 추문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말도 안 되는 추문이 쏟아진다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안타
새해부터 성추문으로 얼룩진 연예계. 쏟아지는 폭로 속에 누군가를 단죄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출처 불문의 거짓된 폭로로 또 다른 희생양이 생겨서도 안 된다. 각종 이슈들 가운데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미투’ 광풍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모두가 신중하고, 솔직하고, 정확하게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