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주 감독 VS 피해자 감독 입장차 |
이현주 감독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 제 영화를 함께 만들어 주신 분들, 저의 작품을 아껴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이 사건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나 그의 남자친구가 인터뷰를 하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의 입장을 밝히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린 이유는, 저 역시도 이 사건으로 인해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동안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왔고 그러한 저의 속사정을 말로 꺼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며 “이 사건으로 인해 제가 원하지 않는 시점에 제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었고, 가족에게까지 알려지게 됐다. 수많은 기자님들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바로 대응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공개적으로 저의 입장을 밝히는 것보다 부모님께서 받으셨을 충격과 아픔을 먼저 위로해 드리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저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피해자를 만나게 되어 함께 영화를 고민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이후 매우 친밀한 관계로 지냈다”며 “그러던 중 2015. 4. 초순경 남성 3명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저 역시 취한 상태였지만 먼 지역에서 온 피해자를 돌봐주어야할 상황이었다.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행들은 피해자를 가까운 모텔에 데리고 가 침대에 눕혀주었고, 저는 일행들의 부탁을 받아 피해자와 함께 있게 된 것이다. 술에 취해 잠이 든 줄 알았던 피해자는 어느새 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오열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고민을 저에게 이야기했고 그런 피해자를 달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지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했고, 이 일을 무마하거나 축소시키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힌 그는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억울하다며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제 양심에 거리낌 없이 떳떳하게 행동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참담하다. 제 의도나 당시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 저는 여성이며, 동성애자이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저 스스로가 너무나도 괴롭다”고 털어놨다.
이현주 감독의 입장문을 본 피해자 B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심경과 자신의 입장을 털어놨다. B씨는 “가해자 이현주의 ‘심경고백’ 글을 읽고 쓰는 글”이라며 “한숨부터 나온다. 그날 사건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어서 세세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또 하게 되는구나”며 “이쯤 되니 가해자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해놓고 뒷통수 친다고 믿고 있는 걸로 보여 진다”며 “다시 떠올리기 끔찍하지만 그날의 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가해자가 먼저 그날의 일을 말해버렸으니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B씨는 “가해자는 심경 고백글에서 사건 이후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하고 잘 헤어졌는데 한달 뒤에 갑자기 신고를 했다” 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저 통화 이후 두 차례 통화가 더 있었고 그 통화는 모두 녹취되어 재판부에 증거로 넘겨졌다. 그 두 번의 통화 내내 가해자는 나에게 화를 내고 다그쳤으며 심지어 마지막 통화 후엔 동기를 통해 문자를 보내 “모텔비를 갚아라”고 까지 했다. 한 달 후에 갑자기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신고하기 까지 약 한달 동안, 사과를 받기 위해 두 차례 더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사과는 커녕 내 잘못이라고 탓하는 얘기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1심 판결문 중 일부를 발췌하며 “당신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몹쓸 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고 마무리했다.
앞서 이현주 감독은 동기 영화인 B씨를 술에 취해 의식이
이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측은 동성 감독을 성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 감독의 수상을 취소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