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세` 이일화가 영화 `천화` 주연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사진 | 강영국 기자 |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내 사랑스러운 딸, 그것이 제 삶의 전부이자 오랜 기간 제가 배우로서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연기해온 원동력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테고요. (웃음)”
아름다운 배우 이일화(47)가 스크린에 돌아왔다. 1994년작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 이후 무려 24년 만에 ’천화’(감독 민병국) 주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중년 대세’로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일화는 “얼떨떨하고 영광스럽다.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천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문호(하용수 분)의 인생을 바라보는 요양사 윤정(이일화)과 그녀의 곁에 선 제주 청년 종규(양동근)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일화는 극중 천사 같은 온화함과 신비한 여인의 매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흡연과 노출신 등 파격적인 면모도 함께 선보인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따뜻하고 희생적인 엄마’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이일화는 “후배의 추천으로 시나리오를 접했는데 쉽지 않지만 여운이 많이 남더라. 처음엔 당연히 조연 캐릭터 중 한 역할에 반해 욕심을 냈지만 이후 주인공인 윤정으로 역할이 바뀌었고 정말 빛나게 잘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두려웠지만 자신 있었고, 어려웠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 대한 정답을 정확하게는 내릴 수 없지만, 저만의 해석은 있었죠.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 극중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들을 잘 버무리고 싶었어요. 윤정의 경우는 치매 환자를 돌보지만 스스로도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연기했고, 이런 저물어가는 문턱의 이들을 통해 어떤 위안을 전하고 싶었어요.”
‘위안과 위로’, ‘가족’, ‘사랑’은 그녀를 살게 하고 또 행복하게 하는,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란다. 이 단면을 담아낸 작품에, 그것을 표현하는 여주인공에 반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이일화는 “작품 속 캐릭터는 누구보다 인간 이일화를 많이 닮았고, 그렇게 나와 캐릭터를 구분하지 않은 채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 지칠 때면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요. 지치고 아픈 누군가에게, 나처럼 여리고 고뇌하는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고. 그러고 싶다고요. 사실 생을 마감하기까지 저마다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께 작은 위안이 되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연기하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일화는 “‘응답하라’ 이후로는 항상 좋은 응원글, 댓글,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조금만 다른 역할, 센 역할이나 일상적인 기사에는 엄청난 악플이 달리곤 한다. 그걸 보면, 마음을 비우려고 해도 늘 상처를 받고 가슴이 아프더라”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제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가끔 사춘기에 있는 딸이 ‘우리 엄마 이런 사람 아닌데, 이런 거 아닌데, 왜 자꾸 이렇게 말해? ’하면서 힘들어하는 걸 보니 저 역시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참 저 역시 그런 일들을 반복해오면서 언제부턴가 ‘그래도 이렇게 속시원하게 욕을 하고 나면, 그들도 마음이 풀릴지 모르지. 그것도 하나의 도움이 된다면 직업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딸에게도 ‘마음이 너무 지치고 아파서 그래. 이렇게 해서라도 풀리고, 그래서 더 큰 실수를 안 한다면 차라리 다행스럽지 않을까?’라고 말하곤 했어요. 실제로 이젠 그런 생각들로 제 마음도 다스리고 있고요.(웃음)”
↑ `아름다운 중년` 이일화는 평생 배우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강영국 기자 |
“딸 아이가 어릴 적에 제가 일하느라 바빠 할머니 손에 컸는데, 늘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항상 그때 부족한 사랑을 어떻게든 채워주려고 전전긍긍하며 대했던 것 같아요. 성격도 저랑 다르고, 제가 모르는 상처들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늘 가슴 한 켠이 아팠죠. 그런데 이제 사춘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면서 조금씩 저를 이해해주고 보호해주고, 아껴주고, 닮아가는 아이를 보니 많은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의미로든 더 잘 해야겠다는, 더 행복하게, 1분 1초를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죠. 그렇게 좋은 배우로, 좋은 여자로, 좋은 엄마이자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딸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 아이가 무엇을 하든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고 존중한다. 최근 배우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만약 하겠다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선배로서도 도움을 주고 싶다. 그것이 뭐든 그 아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존중할 것"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아무리 변신해봤자 나이가 있는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남은 기간도 배우로 열심히 연기하면서 살고 싶다. 내 일을, 내 삶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며 특유
“때론 실수도 하고, 변신에 실패해 질타를 받기도 하고, 부족할 때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경험을 쌓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죽기 전까지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고, 후배들에게도 조금은 모범이 될 수 있는, 닮고 싶은 선배로 남고 싶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 거예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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