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분),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런 캐릭터의 정서가 좋다. 그동안 무거운 주제, 무거운 캐릭터의 작품을 하다가 어떻게 갑자기 다른 역할을 하게 됐냐는 질문이 많지만, 사실 전작과 내가 지금 하게 될 작품을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를 결정할 때 필모그래피 순서를 보면서 정하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보고 날 움직이면 결정한다.”
이병헌이 맡은 조하는 한때 잘 나가는 복서였지만 지금은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우연히 17년 동안 떨어져 살았던 엄마(윤여정 분)와 재회하고, 오갈 데 없던 조하는 당분간 엄마의 집에서 머물면서 난생처음 보는 동생과의 낯선 생활을 시작한다.
![]() |
↑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
“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가 너무 좋았고,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 조하 캐릭터의 쓸쓸함이 좋았다. 조하는 한마디로 쓸쓸함인 것 같다. 조하를 우리가 두 시간 동안 알게 되는 과정에서 울고 웃지만 결국 그걸 한마디로 쓸쓸함이 아닌가 싶다. 조하의 결핍에 대해 겉으로 표현하고 겉으로 드러냈다면 캐릭터가 또 달랐을 거다. 아주 어릴 적 두 부모가 다 나를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버리게 되고 난 혼자가 되는 상황에 사람은 적응하게 되지 않나. 트라우마는 크게 상처로 남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너무나 익숙해진 생활이 되고 일상이 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결핍, 특수한 환경이 성격에서 팍팍 나오거나 겉으로 느껴지기는 싫었다. 이미 너무 익숙해졌으니까.”
이병헌은 직접 연기한 조하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극중 조하는 17년 만에 만난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자연스레 느껴지는 모성, 가족애를 마냥 거부할 만큼 냉랭하지 못했다. 그는 알고 보면 속정 깊은 인물로 인간적이고 진한 매력을 풍기는 조하의 쓸쓸함과 조금씩 피어나는 희망을 섬세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냈다.
“사실 엄마를 만났을 때 어마어마한 음악과 감동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눈물 글썽이고 상봉해야하는데, 그냥 생활적으로 만나지 않나. 감동이나 감정의 증폭되는 부분이 없었다. 일상처럼 받아들였다. 왜 조하가 쓸쓸하고 불쌍하게 느껴졌냐면 점차 그 집에서 물과 기름처럼 지내다가 때로는 어릴 적 기억도 나면서 엄마에 대한 미움도 보이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생전 처음 보는 동생에게도 마음을 열고, 엄마한테도 농담을 하고 춤을 출 정도로 마음을 열게 되면서 ‘나도 가족, 엄마가 생긴 건가’하면서 성인이 되고 겪어보지 못한 따뜻함을 느꼈을 거다. 조하인생에서 가장 희망적이고, 행복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려는 순간에 결국 또 떠나가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 인물이 쓸쓸하고 더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나리오의 전개가 참 좋았다.”
![]() |
↑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이병헌은 조하를 통해 감동과 코믹함을 동시에 전했다. 엄마와 겨우 상봉해 처음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느꼈던 조하는 또 한번 이별의 문턱 앞에 서게 됐고, 극 후반 진태의 피아노 연주를 바라보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 장면이 가장 슬펐다. 그 장면이 끝나고 분장팀이 그렇게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릴지 몰랐다고 하더라. 내 감정은 당연히 슬플 수밖에 없는 게 내가 맨날 놀리던 생전 처음 본 동생이 저렇게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을 우리 엄마가 마지막으로 보겠구나, 그리고 나도 이제야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뜻 깊은 자리에 모였는데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많이 울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는 사실 병원에서 엄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가장 울컥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는 피아노 연주 때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극중 이병헌의 친근하고 유쾌한 매력은 영화의 활력을 더한다. 특히 낯설고 어색했던 엄마 앞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장면은 보고 있는 이들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큰 웃음을 안긴다. 심지어 의외의 춤 실력까지 갖춰 재미를 배가시켰다.
“갑자기 브레이크 댄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