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의 이일화(47)는 없다. ‘천화’로 만난 그녀는 누구의 엄마도 아닌 그저 배우 이일화일 뿐이다. 오랜 연기 갈증을 딛고 만개한 그녀의 배우 인생 2막이 비로서 시작될 전망이다.
이일화의 22년 만의 스크린 복귀이자 데뷔 후 첫 주연, 여기에 개성파 양동근의 귀환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가 지난 18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천화'는 한 치매노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한 여인과 그녀의 곁에 선 한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특히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통해 따뜻하고 다정하며 고운 어머니로 사랑받은 이일화는 이번 영화에서 신비롭고 매혹적인 여인인 윤정으로 변해 미스터리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날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따뜻한, 신비로운 기억으로 남겨지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실 윤정 역은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설정 돼 있었는데, 30대 후반으로 바뀌게 돼 내가 출연하게 됐다. 23년 만에 꿈 같은 시간이었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노출신과 흡연신 등이 있었는데 처음엔 솔직히 수위가 고민도 되고 걱정도 컸다. 감독님께 걱정이 돼 부탁도 드리고 논의도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걱정했다 싶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역할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천화’를 계기로 앞으로도 변화된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다양한 느낌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이일화는 극 중 목욕신 등을 통해 노출 연기를 시도했는데 47세라는 나이가 전혀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몸매와 신비로운 비주얼, 여기에 섬세한 감정을 입혀 기대 이상의 호연과 깊이 감을 선보인다.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그녀의 미스터리함은 점점 더 커지
양동근 역시 특유의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연기로 영화를 한층 다채롭고 흥미롭게 이끌지만, 역시나 가장 큰 공은 이일화의 몫이 아닐 수 없다. ‘천화’를 통해 재발견된 이일화, 그녀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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