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여정은 연기를 오래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며 경계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70대 나이에도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존재감이다. 방송과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대세 배우 윤여정(70)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여정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홍보차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병헌, 박정민 두 후배의 출연 소식에 그저 믿고 합류했다. 역시나 이름값이 괜히 높은 게 아니더라. 두 사람이 너무 잘 해서 오히려 내가 못한 게 더 티만 났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번에 아무래도 전략을 잘못 짠 것 같아. 두 친구가 워낙 잘 하는 후배들이라 좀 묻어가려고 선택했는데, 해도 너무 잘 하니까 오히려 내가 못한 게 너무 두드러져서 민망하잖아.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잘하면 좋을 텐데, 그럴 순 없는 거니까. 좌절감에 빠졌지 뭐야.”
털털하면서도 거침없는 솔직함, 그러나 진솔하고 겸손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대배우인 선생님께서 좌절감이라니요?”라고 되물으니, “나 대배우 아닌 노배우예요. 내가 무슨 대배우야”라며 손사래를 친다.
“경력이 쌓이면 기술은 물론 좋아지지. 하지만 연기란 게 적당한 감성과 이성, 경험치와 기술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내공이 발산되는데 너무 오래되면 기술은 쌓이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가 쉬워요. 내가 딱 그래. 그래도 죽어라 노력하면 또 잘 할 수 있을까? 해봐야지, 그럼.”
현실적으로 다양한 연기 변신의 기회가 적은 터라, 이번 작품에서 이 같은 매너리즘을 탈피해 보고자 부산 사투리에 도전한 윤여정. 리얼한 사투리 연기를 위해 언어(사투리) 선생님과 석 달 간 동고동락했단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그는 “감독이 너무 부담이 되면 굳이 사투리 연기를 하진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석 달 간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는데 영화 속 내 연기를 보니 많이 부족하더라. 좌절감을 느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 신인이 잘 할 때가 가장 무서운 건데…. 한참 전에 20대 신인이었을 때 한 감독이 내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었어. 그 땐 당연히 당대 가장 잘 나가는 멋있는 배우 이름을 댔는데, 감독님은 내게 다른 연기파 배우의 이름을 얘기했지. 그런 배우가 됐으면, 되길 바란다고. 그땐 그 말뜻을 잘 몰라서 감독이 말한 배우의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영화마다 그 사람을 찾기가 힘든 거예요. 그만큼 어느 배역에나 거기에 딱 들어맞게 녹아들어 변신을 잘 하니까 알아보기가 힘든 거지.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어요, 그리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2018년 한해 소망과 계획을 물으니, “특별히 큰 포부나 목표는 없다. 그저 올해도 건강하게 맡은 바 잘 수행하면서 무사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라며 특유의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건 결국 사소한 일들, 가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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