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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도 다수의 작품을 통해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 ‘다작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각기 다른 장르에서 소처럼 일한 조진웅을 비롯해, 친숙하고 편안했던 기존의 색깔을 벗고 악역으로 파격 변신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고(故) 김주혁, 오랜 슬럼프를 딛고 반가운 갓경구의 귀환을 알린 설경구, 새로운 흥행왕 유해진과 종횡무진 활약 중인 류준열, 숨가쁘게 바쁜 한 해를 보내다 입대한 강하늘까지. 연기에 대한 무한 열정과 갈증을 보여준 스타들의 행보를 되짚어 봤다.
‘소’진웅의 질주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계속됐다.
원톱 주연 작부터 특별출연한 작품까지 가히 미친 존재감을 뽐낸 조진웅. 그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카메오 출연작 ‘범죄도시’를 포함해 올해에만 다섯 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심리 스릴러 ‘해빙’은 조진웅의 원톱 주연으로 섬세하고도 다채로운 그의 연기력을 만날 수 있는 작품.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데뷔 이래 가장 예민하고 섬세한, 기존과는 다른 결의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약 2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코믹 수사극 ‘보안관’에서는 섬뜩한 악역 연기를, 하반기 개봉한 ‘대장 김창수’에서는 청년 시절 백범 김구로 묵직하고 울림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2018년에도 그의 열일은 계속된다. 남북한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 ‘공작’과 마약조직 추격전을 그린 ‘독전’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다른 작품도 출연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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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배우로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설경구. 2017년은 그만큼 그에게 특별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한동안 흥행과 연기 면에서 극심한 슬럼프를 경험한 그는 올해 초 고수와 함께 ‘루시드 드림’으로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지만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불한당’으로 17년 만에 칸에 입성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그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감행한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며 ‘갓경구’의 귀환을 알렸다.
그의 올해 마지막 작품은 CJ의 마지막 구원투수 ‘1987’이다. 1987년 벌어진 대학생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설경구는 극 중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야인사로 특별 출연한다.
2018년에도 바쁜 행보는 계속된다. 그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한공주’ 이수진 감독의 차기작 ‘우상’으로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간다.
고인이 된 김주혁 역시 올해 제대로 물오른 연기를 뽐내며 거침없는 변신을 보여준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 10월 3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대중을 충격에 빠트린 그는, 올해 유독 빛나는 활약을 보여줬기에 영화계와 팬들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영화 ‘공조’에서 악랄하면서 거친 상남자로 분해 역대급 변신을 보여준 그는 주연을 맡은 현빈‧유해진을 능가하는 존재감으로 연기 호평을 독식했다. 이는 수상의 영예로도 이어졌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열린 ‘제1회 더 서울어워즈’시상식에서 영화 ‘공조’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고수와 열연을 펼친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도 살벌하면서도 비밀스럽고, 섬뜩하면서도 세련된 캐릭터로 작품의 흥행과는 별개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 김주혁은 9월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 김백진을 연기하면서 전혀 다른 결을 선보여 연기 변신에 다시 한 번 성공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갈증,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그는 죽기 직전까지 영화 ‘독전’에서 하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으며 영화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렇게 연기에 대한 갈망을 내뿜었지만 결국 ‘독전’은 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영화 ‘흥부’의 개봉과 더불어 ‘창궐’ 촬영도 예정돼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의 변화무쌍한 연기는 볼 수 없게 됐다.
2015년 ‘럭키’ 이후 새로운 흥행 스타로 자리 잡은 유해진은 올해에도 한국 영화 흥행 1, 2위를 기록한 두 작품에 출연하며 놀라운 존재감을 증명했다.
‘공조’는 같은 날 개봉한 ‘더 킹’에 비해 상대적 약체로 평가 받았지만, 전 연령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짜릿한 역전에 성공, 무려 780만이 넘는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 여름 시즌에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경쟁작인 ‘군함도’를 가뿐히 누르고 올해 첫 천만 영화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유해진은 이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해 남다른 활약을 보여주며 진정 ‘럭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개봉하는 ‘1987’에서도 ’흥행요정’ 유해진의 티켓 파워가 통할 지 주목된다.
유해진의 차기작은 성별, 연령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가족 코미디 ‘레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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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택시운전사‧침묵 류준열, 재심‧청년경찰‧기억의밤 강하늘
연기 경험을 부지런히 쌓고 있는 새로운 신흥 다작스타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뜨거운 대세, 류준열, 강하늘이 그 주인공.
먼저 류준열은 올해 선보이는 작품마다 완벽한 연기력으로 팔색조의 매력을 제대로 뽐냈다. ‘더 킹’에서는 주인공인 태수를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 의리파 조폭으로, ‘택시운전사’에서는 광주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정의롭고 순수한 대학생으로, ‘침묵’에서는 유명 가수의 광팬으로 등장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뽐냈다. 2018년에도 김태리와 함께한 ‘리틀 포레스트’, 조진웅·故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독전’,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돈’까지 바쁜 행보를 이어
현재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강하늘 역시 누구보다 부지런한 한 해를 보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묵직한 ‘재심’을 시작으로 박서준과 함께한 ‘청년경찰’, 최근 개봉한 스릴러 ‘기억의 밤’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호평 받았다. 강하늘은 마지막까지 영화 홍보에 최선을 다하다 9월 입대, 헌병기동대에서 군 복무 중이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