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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아픔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러한 대로, 미처 알지 몰랐다면 이 역시 그것을 이유로, 결국 우리는 더욱 더 뜨거워질 테니 말이다.
영화 ‘강철비’, ‘신과 함께: 죄와 벌’에 이은 올해 마지막 ‘빅3’인 ‘1987’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30년 전 그날, 100만 인파가 모여 한 마음 한 뜻으로 목 놓아 민주주의를 외쳤던, 애통하고 찬란하며 뼈아픈 그 날의 역사가 스크린으로 펼쳐진다. 감독과 배우들의 진정성과 다채로운 영화적 장치, CJ 특유의 세련미가 제대로 합을 이뤄 볼거리와 느낄 거리, 생각할 거리가 모두 풍부한 진정 뜨거운 웰메이드 현대극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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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차디찬 물속에서 고문 도중 잔인하게 숨진 박종철 열사가 세상을 떠난 1월부터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숨을 거둔 6월의 민주항쟁까지, 그 해의 슬픈 역사는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지난해 촛불을 들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분노를 삭히며 함께 불을 밝힌 우리의 뜨거움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반드시 만들어야 할, 우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웠는지를 기억하기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87’을 만들었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장준환 감독 열정과 진심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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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나날이 절망뿐인, 현실이 더 영화 같은 황당함의 연속인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또 다시 그날은 올 것’이라고 말한다. 단,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개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주인공이 돼 계속 ‘뜨겁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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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무섭고도 뜨거웠던 그 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이 내 안에 살아 숨 쉰다.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는 한 그들 역시 우리 안에 살아 숨 쉴 것이다.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 지금, 우리는 다시 아니 영원히 뜨거워야 한다.
12월 27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