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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배우 김래원 신세경이 예고한 '흑기사' 로맨스는 기대 이상이었지만, 어수선하게 펼쳐진 판타지는 자칫 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방송된 KBS2 새 수목드라마 '흑기사'에서는 어린 시절 운명이 뒤바뀐 문수호(김래원 분) 정해라(신세경)이 슬로베니아에서 다시 만났다.
이날 '흑기사'는 주인공 문수호 정해라의 지난 운명을 그렸다. 문수호는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뒤 의문의 여인 장백희(장미희)를 만나게 되면서 모든 일이 잘 풀려 사업가로 성공했다. 반면 부잣집 외동딸이었던 정해라는 부모를 잃고 가세가 기울었다.
첫 회에서는 검사인 줄 알았던 남자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이모가 전세 자금을 빼 투자에 실패하는 등 삶이 망가진 정해라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꼬여버린 인생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샤론양장점에서 코트를 맞췄을 때라고 생각한 뒤 다시 코트를 찾아 입었다.
문수호는 크리스마스에 슬로베니아 성에서 만나자는 정해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을 사들였다. 정해라는 문수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문수호의 바람대로 슬로베니아에서 재회했다.
'흑기사'는 방송 초반 정해라의 대사인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처럼, 그리고 제목처럼 가난하고 불행한 여인에게 손을 내미는 멋진 남자를 그린 정형적인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따라가는 듯했다. 전작 '마녀의 법정' 등 최근 장르물이 완성도뿐만 아니라 흥행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뻔한 줄거리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해라가 샤론양장점을 찾아 전생에 악연이었던 샤론(서지혜)를 만나는 것을 통해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했다. 정해라 샤론이 조선시대 때부터 얽힌 관계가 있다는 장면으로 현재의 이야기가 전생에 맞닿아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샤론이 정해라에게 과거처럼 인생을 맞바꾸자고 한 내용도 이와 맞닿아있었다.
인물과 배경 설명이 중심이 되는 첫 회였으나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주인공의 관계를 넌지시 전달한 전개는 정돈되지 않아 보였다. 문수호 정해라 등 등장인물들의 얼히고설킨 운명을 차근히 풀기 위한 과정인 듯하지만, 쉽사리 인물의 입장에서 보기 어려웠다. 안개가 잔뜩 끼거나 뿌연 효과 등 신비로운 연출은 내용의 모호성을 부각한 의도였겠지만, 눈을 끌지 못할 수밖에 없는 초반 전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느낌도 있었다.
'공중파 드라마는 곧 멜로'라는 공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최근, '흑기사'는 처음부터 여러 장치를 두면서 기존 멜로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향후 내용에 따라 '흑기사'가 시대를 역행하는 작품이 될 것인지, 멜로드라마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작품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김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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