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추행 남배우 사건 사진=MBN스타 DB |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광화문 조영래홀에서는 ‘성추행 남배우’ 사건와 관련해 여배우A 측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서 여배우 A씨는 조덕제와 영화 촬영 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행을 당했고, 찰과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서울고법은 조덕제의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한 바 있다.
조인섭 변호사는 “1심 판결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설사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즉 감독의 지시가 있었던 것인 양 판단했지만 2심 판결의 경우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으며 영화촬영장에서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감독의 일방적인 연기지시나 이에 따른 피고인의 연기내용에 관해 피해자와 사전 공유, 피해자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은 이상 그것을 단지 정당한 연기로만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 2심 판결은 감독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기 내용에 대해 피해자와 공유가 되지 않는 이상 ‘연기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는 말로는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연기로 인한 우발적 행위라고 해도 강제 추행이 인정된다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제추행이 인정되고 무고의 죄책까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나온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가해자인 조덕제가 2심 결과 이후 실명을 공개한 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고, 일부 언론은 ‘여배우A 역시 당당하면 언론 앞에 나서라’는 황당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것임을 확고히 하며 앞으로 주의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 백재호는 “본 영화는 15세 관람가의 멜로물이다. 피해자가 맡은 역할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다. 시나리오와 콘티, 그리고 실제로 개봉한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사건이 일어난 13번 씬에서 중요하게 표현되는 부분은 성적인 노출이 아니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는 인물의 모습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콘티에는 상반신, 인물의 얼굴 위주로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방식은 컷이 따로 나눠지지 않는,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배우들의 들고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찍는 핸드핼드 롱테이크다. 미리 예정되어 있던 대로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NG가 날 가능성이 크다. 멍 분장 역시 어깨와 등 윗부분에만 했다. 여벌의 의상이 준비되어 있지도 않았다. 노출이나 접촉이 예정되어 있다면 필수적으로 하는 소위 말하는 ‘공사’도 하지 않았다. 촬영하는 도중에 의상이 찢어진다면, 그리고 NG가 난다면 촬영을 진행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메이킹 영상 속에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황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찍는 페미 공동대표 정다솔은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주변 영화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어떻게 이 사건이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라는 반응이었다. 이 사건은 피해 사실이 명확함에도 1심에서 말도 안되는 판결이 나와 도리어 영화인들의 더 큰 공분을 샀던 사건이다. 지금에라도 마땅히 유죄판결이 나온 것이 당연하고, 또한 이를 환영하는 바다”고 말했다.
이어 정다솔 대표는 “저는 과거 이 사건을 앞으로 영화계를 바꿀 유일무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에 영화계가 힘을 실어주고, 또 대중들이 그 문제를 인식하는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재판은 개인과 개인의 법정 공방이 아니며, 앞으로 이 영화계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에 2심 재판의 판결은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에 경종을 울릴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영화계의 성폭력 문제는 마땅히 개인이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라, 영화계가 함께 가야할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윤정주는 “조덕제 사건의 2심 재판 결과 후 가해자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놓고 억울하다는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릴 때는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가해자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무죄를 주장하는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가해자가 영화이름, 피해자의 극중 이름을 여과 없이 인터뷰를 했다고 해도 언론은 성폭력보도준칙에 따라 피해자를 특징 할 수 없도록 여과해서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를 아무 고민 없이 보도하여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나게 하는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권위에서 재정한 성폭력보도준칙에는 피해 사실을 자세하게 보도하지 말 것을 언론에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심지어 한 방송사는 여성의 심의가 찢겨져 검정 브래지어가 드러나는 장면을 일러스트로 그려서 내보내는 등 선정적 보도를 하고 있다. 지금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소설 같은 보도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 되지 않으며,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여배우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직접 작성한 편지를 전해 현재 심경을 토로했다.
여배우A는 “이번 기자회견이 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고, 나아가 영화계의 관행 등으로 포장된 각종 폭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에 의해 인정된 피고인의 죄명은 ‘강제추행’과 ‘무고’다. 피고인은 제가 강제추행으로 신고한 후 저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및 무고로 형사고소를 했으나, 수사기관에서는 오히려 피고인의 행위가 무고라고 판단, 기소했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여배우A씨는 “오랜 경력이 있는 나는 현장에서의 돌발적인 애드리브와 연기를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폭행과 추행을 당했고, 이를 밝히려고 한 것 인데 왜 많은 피해자들이 이 과정에서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심히 깨달았다”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나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했고, 이는 분명히 강제 추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이라는 포장 아래 묵인되고 있다. 그것은 안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이렇게 까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배님의 하차 이후, 돌연 입장을 번복한 그분의 태도와 더불어 침묵을 강요한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판결을 보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후 전말 무너졌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다시 모든 걸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그렇게 2심 판결을 얻어냈다”고 한탄했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