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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배우 A씨는 불참했다. 기자회견 직전까지 “A씨의 참석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관계자의 말만 오가다 결국 A씨 ‘측’ 관계자들만 가득한 가운데 ‘조덕제 성희롱 파문’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여배우 A씨 측의 변호인과 여성‧영화계 단체 관계자들은 24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 광화문 조정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영화계 내 성폭력, 남배우 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판결 환영 기자회견’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의 사회 아래 진행됐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조인섭 변호사의 발언으로 본격화된 기자회견은 이후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 찍는페미 정다솔 공동대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윤정주 한국여선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자원센터 소장의 연대 발언이 순서로 이어졌다.
조인섭 변호사는 “1심 판결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설사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즉 감독의 지시가 있었던 것인 양 판단했지만 2심 판결의 경우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으며 영화촬영장에서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감독의 일방적인 연기지시나 이에 따른 피고인의 연기내용에 관해 피해자와 사전 공유, 피해자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은 이상 그것을 단지 정당한 연기로만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이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으라'는 것은 없고, 또한 이 사건 신의 촬영은 얼굴 위주라고 말하고 있어 피고인의 행위가 감독의 연기 지시에 충실이 따른 것이라거나 정당한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조 변호사는 “이번 2심 판결은 감독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기 내용에 대해 피해자와 공유가 되지 않는 이상 ‘연기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는 말로는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연기로 인한 우발적 행위라고 해도 강제 추행이 인정된다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백재호 운영위원은 이날 ‘연대발언’을 통해 “촬영 콘티를 확인해 본 결과, 상반신, 인물의 얼굴 위주로 촬영하기로 돼 있었고 촬영 방식은 컷이 따로 나눠지지 않은 핸드핼드 롱테이크였다”면서 “노출이나 접촉이 예정돼 있다면 필수적으로 멍 분장을 곳곳에 한 채 여벌의 의상도 준비돼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감독과 스텝들이 메이킹 영상 밖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메이킹과 촬영 영상에 따르면, 촬영 전 리허설을 제외하고 총 세 번의 본 촬영이 있었다. 그리고 앞 선 두 번의 촬영과 세 번째 촬영은 분명하게 달랐다”면서 “상반신, 얼굴 위주의 촬영이라 하반신이 직접 찍히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벽을 바라보고 서있고 가해자가 등 뒤에 있는 상황에서 접촉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피해자의 움직임과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팔을 내려 하반신을 방어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런 접촉이 없었거나 어쩔 수 없이 스치기만 했다는 가해자 측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현실의 범죄가 ‘연기니까, 영화니까’라며 면죄부를 받아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는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확고히 했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여배우 A씨는 편지를 통해 “피해자인 나를 둘러싼 자극적인 의혹들은 모두 허위 사실이며 이와 관련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오랜 경력이 있는 나는 현장에서의 돌발적인 애드리브와 연기를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폭행과 추행을 당했고, 이를 밝히려고 한 것인데 왜 많은 피해자들이 이 과정에서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심히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나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했고, 이는 분명히 강제 추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이라는 포장 아래 묵인되고 있다. 그것은 안 되는 일”이라며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 생활, 학생들을 가르치고, 개인적인 행복을 이루며 살고 있던 내가, 그것도 위계질서가 중요한 영화계에서 이 같이 용기를 낸 건 비단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다. 매장당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 고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이렇게 까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배님의 하차 이후, 돌연 입장을 번복한 그분의 태도와 더불어 침묵을 강요한 주변의 모습에 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1심 판결에 무너져 내렸지만,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 2심 결과를 받아냈다. 피고인의 행동은 연기를 하다 일어나는 당연한 것이 아닌 명백한 성폭행이었음을 인정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나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 싸움을 시작했을 뿐 대단한 의도가 있지 않았다. 그렇게 강한 심지의 인물도 아니다”면서 “진실을 위해 끝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중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남배우가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며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선 조덕제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지난 13일 2심에선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라는 양형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조덕제는 차기작에서
두 사람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조덕제는 “상고심 준비에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진실을 밝히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기로 했다. 억울한 부분은 반드시 풀어야 한다. 오로지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