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진웅 사진=(주)키위컴퍼니 |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실화다.
김창수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백범 김구의 이야기다. 김창수는 김구의 개명 전 이름이다. 영화 속 내용은 김구가 청년 시절 벌였던 치하포 사건과 수형소 탈출 사건을 바탕으로 그려냈다.
조진웅은 ‘대장 김창수’를 출연하기 전 몇 차례 고사했던 사실을 밝혔다. 고사한 이유는 실존인물을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는 “김구선생님은 잘 알지만, 이 시기에 있었던 것은 저도 몰랐다. 심지어 처음 제목은 ‘사형수’였다. 배우로서 어떻게 감당하면서 선뜻 하겠다고 하겠나. 나는 못하겠더라”라면서 “나중에는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거다. 내 차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냥 누구나 다 영웅이 될 수 있고, 삶의 가치는 소중하나 누가 어떻게 영웅이 될 수 있는지는 자기도 모를 거다. 무심결에 손을 내밀어서 잡았는데, 그 사람의 은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조진웅은 ‘청년 시절 김구는 정말 저런 모습일 것 같다’라는 생각을 불러올 정도로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그 뒤엔 엄청난 노력과 철저한 준비가 따랐을 터, 조진웅은 평범하고 천한 청년이지만 누구보다 당당했던 김창수를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도 강단을 갖기 위한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오히려 캐릭터 분석이라고 할 게 없었다. 책에 나와 있는 지점들을 이해하기 위해 부러트리는 작업이 중요했다. 오히려 내가 인식할 부분은 일지에 나와 있는 말을 대사로 인용했으니까 이 말까지 도달하기 위해 배우 조진웅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감내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냥 대본이었으면 ‘여기서 이렇게 말 안할 것 같은데’ 라고 했을 텐데 이건 실제로 한 말이지 않나. 에너지를 조율하는 상태가 상당히 중요하지 않을까 했다. 여기까지 가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뭐였을까를 찾아갔다.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상당히 두렵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려니 상상하고 연기하게 됐다. 겁이 났다. 당시 김창수는 20대인데, 나보다 곱절이나 어린데도 당당한데, 나는 두려운 게 창피했다. 그래도 말은 해야 하지 않나. 뱉을 때 많이 부끄러웠다. 그런 강단을 갖기 위한 작업을 거쳤다.”
영화 속 모두의 눈시울을 붉혔던 장면은 단연 사형장 장면이다. 조진웅은 실제로 이 장면을 촬영할 때 감정이 북 받쳐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너무 눈물이 나는데, 후배들도 나와 있고 창피한 마음이 조금 있었다. 그러다가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나 싶다. ‘잊지 마라’ 라고 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났다. ‘왜놈들을 내 눈 앞에서 치우라’고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오더라. 도저히 감내가 안됐다. 어떻게 이런 말씀을 하셨나. 저도 그 시대를 들어가진 못했는데 내가 진짜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게 뭔지 느꼈다. 연기를 하면서 ‘나도 그리 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진웅의 말에서 그 뿐만 아니라 ‘대장 김창수’의 촬영 현장이 가슴 벅차고 뜨거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극중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김창수와 노역장으로 끌려가는 죄수들의 마지막 인사 신은 촬영 당일 예정에 없던 원테이크로 진행됐다. 조진웅은 김창수의 강단을 가지고 떳떳하게 사형장에 들어가려는 의도를 세웠지만, 실제로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어떠한 말 조차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번 작품이 고마웠던 게 시나리오에 쓰여진 순서대로 촬영했다. 그런 작업은 배우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호사다. 웬만하면 그걸 지켰다. 후반부에 사형장에 끌려갈 때는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정근선배 눈을 보는데 미치겠더라. 물론 같이 생활했으니까 그렇겠지만, 우린 다 배우들이고 촬영 중인 현장인데, 정말 이별이 아닌데도 그때 연기를 하는데 희한한 감정이 들었다. 컷 하고 나서 선배가 자기도 창피한지 눈물을 몰래 닦더라. 서로 민망했다. 선배님뿐만 아니라 동료배우들이 마중 나오는데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