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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정원" 10월 25일 개봉 |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유리정원’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숲 속 유리정원 속에 자신을 고립시킨 여자와, 그의 삶을 훔쳐 소설을 쓴 무명작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독보적인 소재와 독창적인 스토리를 선보였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문근영이 과학도이면서 자신이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신비로운 여인 재연으로 분했다. 재연은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 조심하고 묵묵히 자기 일에만 전념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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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일하며 연구소의 교수(서태화 분)와 사랑하는 사이다. 그는 나무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며 식물의 세포를 통해 인간 생명의 연장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실험에 몰두한다. 실험의 성과는 더디게 진행되고 재연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재연과 사랑을 나누었던 교수는 연구소에서 다른 애인을 만들고, 재연은 버림받는다. 교수와 교수의 새로운 애인은 재연의 연구 성과마저 가로챈다. 그런 재연을 멀리서 지켜보던 시선이 따랐다. 무명 소설가 지훈(김태훈 분)은 선배 작가에게 표절 시비를 걸었다가 문단에서 매장 당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재연을 만나고, 재연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재연을 지켜보며 그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낸다.
신수원 감독은 ‘식물인간’이라는 말에서 신비함을 느껴 ‘유리정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물과 인간이 합쳐진 이 단어에서 흥미를 느껴 상상력을 넓혀간 신수원 감독은 문근영이 연기한 재연을 애처로우면서 신비한 매력으로 그려냈다. 여성 감독의 손길이 묻어난 만큼 꼼꼼하고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는 제목에서 연상되듯 동화적인 느낌이 짙다. 숲의 풍광이 내뿜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감각적인 미장센의 완성으로 보다 풍성하게 담아냈다. 뿌연 안개와 푸른 식물 사이에서 눈물을 머금은 듯한 큰 눈망울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재연의 모습은 동물적인 욕망이 가득한 세상으로 부터 홀로 유리 병 안에 갇힌 듯 연약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광기어린 모습으로 이러한 세상 속에서 식물로 살아야 하는 여자
연기 경력 18년의 내공을 자랑하는 문근영은 ‘사도’에 이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문근영은 한층 성숙되고 무르익은 연기력을 보였다. 섬뜩하면서도 애처로운 모습으로 그가 연기한 재연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자아냈다. 오는 25일 개봉.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