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극 ’다시 만난 세계’ 이서원 役
"깡 세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울산 출신 서울 올라와 데뷔 전 고된 아르바이트"
"TV 보고 연락 온 친구들, 사람 그리웠는데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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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만난 세계`로 배우 타이틀을 단 한소희. 사진 | 유용석 기자 |
광고계에서 주목하던 한소희(23)에게 이제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비록 첫 드라마이고 적은 분량이었지만, SBS 수목극 ’다시 만난 세계’는 한소희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오디션을 보고 발탁된 한소희는 사실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떨었던 것 같은데 호감형 이미지 덕인지 합류하게 됐다. 실은 정정원(이연희)의 어린 시절 역으로 오디션을 본 건데 다른 인물로 출연하게 됐다. 한소희는 "서원 캐릭터는 사실 몰랐는데 운이 좋게 함께하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드라마 현장 가면 혼 많이 날 것’ ’NG 나면 분위기 안 좋아진다’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는 정말 사랑받으며 참여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연예인을 제 눈으로 처음 본 거니 휘둥그레졌죠. 엄마(견미리 분)와 첫 신이었는데 너무 예뻐서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아, 이래서 연예인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특히 절 잘 챙겨주셔서 너무 행복했고요.(웃음)"
울산 출신인 한소희는 19살 겨울 방학이 끝나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부모님의 도움은 2개월만 받고 여러가지 일을 했다. 그러면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사진 모델 제안을 받고 브랜드 모델로, 다양한 광고에서 활약했다. 그러다 회사도 만나고 드라마 출연까지 하게 됐다.
"’깡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사실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했는데 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잘 안 돼도 뭐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아르바이트하다가 만난 인연으로 사진 찍으면서 돈도 벌고 연기 준비를 하게 됐죠. 처음 호프집에서 일했을 때는 1주일에 하루 쉬고 밤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일하고 189만원을 받았는데 월세 내고 휴대폰 비용을 내니 빠듯하더라고요. 힘들었는데 이것도 못 버티면 내가 다시 울산에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반항하듯 나왔는데 집에 다시 가면 쫓겨 날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버텼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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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한소희는 "데뷔 전 고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한소희는 욕심이 많았다. 그는 "처음치고는, 신인치고는 잘하는 편이라는 반응을 들었는데 욕심이 더 생긴다"며 "앞에 수식어 없이 그냥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바랐다.
파트너인 영준 역 윤선우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 잘 대해준 건 기본이고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단다. 촬영이 없을 땐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하다가 ’슛’ 소리에 영준으로 몰입해 눈빛이 달라지는 윤선우에게 깜짝 놀랐다. "선배님의 그런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아, 연기자는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를 느꼈죠. 말투와 눈빛이 다르니 집중이 더 잘됐어요. 대사도 맞춰줬는데 리허설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저 NG도 거의 없었어요."
예쁜 얼굴과 세련된 옷차림이 ’울산의 제2의 김태희’ 정도는 될 줄 알았더니 "나는 그냥 울산 촌놈"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드라마에서는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했는데 현실의 저와는 괴리감까지 느껴졌을 정도예요. 전 편한옷을 좋아하거든요. 예쁜 척 안 하고 그냥 털털하게 다니는 게 좋아요. 예쁜 척하면 재수 없잖아요. 그런 성격도 아니고요. 전 남자분들보다 여자분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성격 때문에 그런 걸까요?"
’다시 만난 세계’는 12년 만에 죽었던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재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우정, 용서, 화해 등을 이야기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소희에게도 혹시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을까.
"요즘에 TV에서 저를 봤다고 연락이 많이 와요. ’뭐야, 모른 척하다 이제 연락을 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너무 기분 좋더라고요. 서울 올라와서 일하면서 벌어 먹고살아야 하니 아르바이트하고 힘들게 사느라 사람이 고팠던 것 같아요. 서울에는 친구가 없었는데 뭉클하더라고요. ’아, 그래도 날 기억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마음에 위안이 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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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희는 "TV 보고 연락 온 친구들에게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롤모델을 물어보면 으레 누구를 꼽는데 이 신인 여배우, 당차다. 소신 넘치는 모범답안이다. "아직 누가 롤모델이라거나, 누구의 행보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은 못 해요. 부족한 점이 많으니 바꿔나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부족한 점이 채워졌을 때 누구를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급한 불 끄기도 바쁘네요."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