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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훈은 깨달음과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겁낼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공 | 리틀빅픽처스 |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 측면이 많았잖아요. ’아이 캔 스피크’는 극 영화로 보여주니 대중적으로 친숙할 수는 있겠지만 자칫 남겨진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있었어요. 물론 시나리오를 보고는 영화로도 잘 만들어질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요(웃음)."
배우 이제훈(33)을 좋아하는 이라면 조금은 그의 행보가 걱정되지 않을까. 그가 영화 ’박열’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로 또 한번 일본을 향해 일침을 날리기 때문이다.
CJ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75: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을 영화화한 ’아이 캔 스피크’.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2007년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채택했던 것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매일 민원을 넣는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할매 옥분(나문희 분)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가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고, 옥분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아픔과 슬픔, 분노를 전한다. 코미디 외피를 입었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깜짝 놀랄 정도의 반전이 관객을 기다린다.
이제훈은 "’박열’을 찍고 난 영향 덕에 이 작품에 참여하는 용기가 더 생긴 것 같다"며 "세상을 보는 시각과 세상을 대하는 게 넓어진 부분이 있다. 다른 비슷한 작품에도 참여하게 되면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깨달음의 계기가 되고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굳이 겁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올바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훈은 시나리오를 보고 단번에 배우 나문희를 떠올렸다. 나문희도 이 시나리오의 울림을 알았는지 흔쾌히 출연에 응했다. "대선배님과 호흡할 생각에 처음엔 엄청 긴장했거든요? 선생님께서 반갑게 반겨주셔서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졌어요(웃음). ’너무 연기 잘한다’고 칭찬도 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죠.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이 시나리오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는 45회차 촬영을 했다. 5회차는 미국에서 진행됐는데 타지에서 촬영이 수월하진 않았다. 이제훈은 "감독님이 그림으로 담고 싶은 장면이 있었을 텐데 포기한 부분도 있다"며 "상황과 여건이 안 됐다. 시간에 대한 약속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후반부 반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반전이 공개되는 것이 득이라고 생각할까, 실이라고 생각할까. 이제훈은 "사실 공개되기 전에는 조심스러웠고, 다들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위안부 소재인 걸 관객이 알아도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고 얻어지는 감동이나 생각은 다 다를 것 같다"며 "걱정이 되거나 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많은 걸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위안부 문제는 사실 알고 있고 인식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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