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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자다. " "이유 없는 살인을 하지 않는다." "쓰레기 같은 사람들만 죽여 왔다."
낮게 읊조리는 중년, 노년의 김병수(설경구)는 관객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필요한 살인’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그의 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또 다른 살인귀와 맞닥뜨렸을 때, 병수는 정산인의 범위와 맞아 떨어지는 행동을 한다. 자신의 딸 은희(설현)을 지키기 위해 부성애를 발휘한다. 하지만 온전한 기억을 유지하기 힘든 알츠하이머 환자인 그가 딸을 지키긴 쉽지 않다.
17일 영진위 기준 180만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에서 설경구는 깊은 연기 내공을 선보인다. 또 다른 살인귀를 멀리하려는 아버지로서의 모습과 살인마의 모습, 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로서의 모습 등등 다양한 연기로 관객들의 감정을 쥐었다 풀었다 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로서 자신의 기억이 맞는지, 조작된 기억인지를 혼동하는 것부터 관객을 헷갈리게 한다. 연출법도 좋지만 배우 설경구가 전하는 연기는 관객을 한시도 편하게 하지 않는다.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 셀러가 전하는 기본 바탕이 있긴 하지만 설경구는 관객을 흡입하는 연기력으로, 원신연 감독은 특유의 연출법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감독과 설경구, 설현, 김남길 등의 열연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은 누적관객 150만명을 돌파했다. 신작 외화들의 공세에도 사랑받고 있다.
사실 그간 배우 설경구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최근까지 흥행 실패, 부진의 아이콘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영화 ’스파이’, ’나의 독재자’, ’서부전선’, ’루시드 드림’ 등 최근 개봉한 모든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은 ’불한당: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도 몇몇 논란으로 1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의기소침해질법 하지만 설경구는 굴하지 않았다. 달라질 것 없는 마음가짐과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설경구에게 힘을 실었다. 그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가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는 설경구라는 이름을 또다시 각인시켰다. 이번 작품을 위해 10kg 이상을 감량한 그는 영화 ’역도산’에서 18kg을 증량했던 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감탄하게 했다. 조금 나이가 있는 이들은 공감하겠지만 체중 증감량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연기까지 완벽하게 선보였다. 아이돌 스타로 우려를 전했던 설현도 나쁘지 않은 연기로 흥행에 한몫 했다. 김남길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두 사람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해도 아무래도 ’살인자의 기억법’은 설경구의 공이 크다. 다시 또 그의 다른 작품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