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태임은 `품위있는 그녀`에서 정상훈과 호흡을 맞췄다. 제공| 매니지먼트 해냄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작품 속 '불륜녀'라는 딱지는 여자 배우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배우 이태임(31)은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안재석(정상훈 분)의 내연녀인 윤성희 역할을 맡았다. 막말 논란 등 구설에 올랐던 그가 마지막 기회로 잡은 윤성희. 이태임에게는 배우로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얼떨떨해요. 작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서 기쁘죠. 길을 걷거나 택시를 탈 때 '품위있는 그녀' 잘 봤다는 얘기를 들어요. 악역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서 연기했죠."
우아진(김희선 분)은 신인작가 전시회를 개최한 갤러리에서 윤성희의 작품을 샀고, 이 인연으로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우아진의 딸 안지후(이채미 분)에게 미술을 가르쳐준다며 접근한 윤성희는 안재석과 사랑을 나눴다. '우리는 운명이에요. 사모님 페어플레이해요'는 윤성희 캐릭터를 집약해서 보여준 대사였다.
"'페어플레이해요'라는 말을 한다는 게 충격이었죠. 간통죄가 폐지됐다고는 하지만, 염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싶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밖에서 볼 때는 불륜이지만, 그들은 사랑이다'고 조언하셨죠. 제가 할 몫은 안재석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었어요."
욕망 가득한 상류사회의 민낯을 그린 '품위있는 그녀'에서 안재석, 윤성희는 웃음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코믹 연기에 특별한 재주를 가진 정상훈과 그를 따라 호흡을 맞춘 이태임 덕분이었다.
"정상훈 선배님이 다 리드해서 재밌게 촬영한 듯해요. 저는 숟가락 얹은 것밖에는 없죠. 선배님과 연기할 생각에 촬영장에 가면 기분이 좋았어요."
이태임은 내공이 쌓인 선배 배우인 김희선(40), 김선아(44)와도 만났다. 역할이 불륜녀였던 만큼 두 사람의 캐릭터와 맞부딪칠 일도 잦았으나 이태임은 촬영장에서 온기를 나눠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희선 선배님과 처음 연기할 때는 너무 떨었어요. 선배님이 촬영이 끝난 뒤 좋은 말만 해주셔서 눈물이 핑 돌았죠. 김선아 선배님과는 머리끄덩이를 잡는 게 첫 만남이었어요. 그 장면이 방송되는 날에 선배님이 '오늘 방송 나온다'며 라고 직접 연락을 주셨죠."
김희선 김선아에 든든한 제작진까지 함께한 '품위있는 그녀'였지만, 출연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난 2015년 3월 예원(김예원·28)과 막말 영상이 공개된 후 홍역을 치렀던 그에게 불륜녀 역할은 무리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섹시스타' 이미지보다는 '배우 이태임'으로 연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불륜이라는 요소도 있었지만, 워낙 극과 대본이 탄탄했고 출연하는 배우들도 대단했어요. 역할이 부담스럽기보단 정말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컸죠."
이태임은 앞선 논란 탓에 여전히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연기력이나 역할에 대한 비난은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인신공격 혹은 루머에 대한 댓글은 가슴 아팠다. 작품을 앞두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한 탓에 성형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12.06% 시청률로 JTBC 드라마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막을 내린 '품위있는 그녀'는 초반에는 2%대 시청률에 허덕였다. 이태임은 "김윤철 PD님, 백미경 작가님에 김희선, 김선아 선배님이 있어 시청률은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드라마는 우아진이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순간부터 상승세를 탔다.
박복자(김선아 분)를 죽인 범인을 찾는 건 또 다른 재미였다. 드라마가 끝나기 5분 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진범은 안재구(한재영 분), 박주미(서정연 분)의 아들 안운규(이건우 분)였다. 이태임은 "범인을 말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어머니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회에서 윤성희는 집에서 쫓겨난 뒤 얼굴 없는 화가로 활동하는 처지가 됐다. 드라마 속 불륜녀의 숙명이었던 셈이다. 윤성희는 마지막까지 안재석을 사랑했을까. 이태임은 멈칫거리지 않고 "그렇다"고 대
"윤성희가 사랑한 건 안재석의 모든 것이었어요. 안재석 자체이든 그의 재산이든 말이죠. 안재석이 재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윤성희도 자신이 안재석을 사랑한 것 중에 재력도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게 아닐까요. 그래도 윤성희는 앞뒤 안 보고 안재석에게 빠졌던 것 같습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