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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영은 '7일의 왕비'에서 단경왕후 신씨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제공| 문화창고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조용히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7일의 왕비'는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인 7일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가 폐비된 단경왕후 신씨를 다룬 작품이다. 배우 박민영(31)은 단경왕후 신씨인 신채경을 연기했다. 한적한 궁궐에 홀로 남겨진 듯, 박민영은 저고리에 눈물을 적신 단경왕후 신씨의 삶을 더듬어 갔다.
'7일의 왕비'는 신채경이 사형장에서 죽을 위기를 맞는 장면으로 첫 회를 시작했다. 박민영은 극으로 치닫는 엔딩을 먼저 촬영한 이후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시간을 역행한 전개한 탓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대본만 보고 상상으로 연기해야 해서 자신을 더 괴롭힐 수밖에 없었어요." 죽음을 앞둔 처연한 신채경을 표현하기 위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고, 현장에 일찍 나와 흙도 밟아봤다.
대본에는 햇살이 가득한 날로 설정돼 눈을 찡그려야 했다. 정작 촬영에 들어서자 날은 흐렸다. 박민영은 감정을 잡기 위해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였다. "아기들 웃는 소리도 피부로 느끼면서 감정을 잡았죠. 날아가는 새를 보는데, 느껴지는 게 많더라고요. 그 새를 보는 순간이 화면에 담겼죠." 온전히 그 순간에 몰입한 끝에 단경왕후 신씨의 인생을 그릴 수 있었다.
단경왕후 신씨는 조강지처였으나 중종 즉위 후 연산군의 처가였던 친정은 몰락하고 자신도 폐서인이 돼 중종과 이별했다. 남편을 평생 그리워하다가 일생을 마쳤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무리한 단경왕후 신씨는 박민영의 말대로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고모는 중전이었고, 연산군의 매부인 아버지는 당시 최고의 권력자였다. 하지만 아역 박시은(16)에 이어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 있지 않은 인물을 구현해야 했다.
"'이 친구가 과연 미래의 깊은 슬픔을 알고 자랐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접근하다보니 신채경은 마냥 맑고 밝은 아이였을 거 같았죠. 이역(연우진 분)과의 서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었지만, 주변 상황이나 사건들로 인해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신채경이 됐습니다."
'7일의 왕비'는 그동안 로맨스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이동건 연우진 박민영이 주연으로 발탁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방송 내내 10% 시청률을 넘기지 못했고, 지상파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뒤처졌다. "후발 주자인 점도 있었고, 처음에는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소나기 같은 드라마였죠. 고난이 계속되는 바람에 '사이다'다운 전개가 부족해 흥미를 덜 느끼신 게 아닐까요." 다른 드라마과 비교해 통쾌한 장면이 많지 않았던 '7일의 왕비'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회에서는 중종이 서거하기 직전 단경왕후 신씨와 재회했다. 38년 만이었다. 작가의 각색이 더해진 순간으로, 노인이 된 두 사람의 사랑은 눈물짓게 그려졌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을 거쳐 노인이 된 이들의 사연을 함축하듯 나이에 따른 배우들이 모여 촬영했다. "최선의 엔딩이 아니었을까요. 서로를 그리워했던 것이 드러난 장면이었죠."
신채경은 이복형제인 이역 이융(이동건 분)의 사랑을 받았지만, 어떤 결정도 속 시원하게 내리지 못하는 위치에 있었다. 형제의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부모를 잃은 신채경은 눈물 마를 날 없었다.
"작가님의 대사가 긴 편이었어요. 많으면 한 번에 8쪽이었죠. 이역에게 이별을 고할 때는 감정이 극도로 올라온 상태에서 꾹꾹 참으며 대사했어요. 저도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났죠. 우느라고 하루에도 화장지를 몇 통을 썼어요. 메이크업을 해주는 친구가 '이러다가 얼굴에 구멍 나겠다'고 했었죠. 눈물 연기가 어렵진 않았지만, 머리가 아파 두통약은 많이 먹었습니다."
박민영은 눈물 흘리는 연기가 많아 육체적으로 고단했어도 정신적으로는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상황에 그대로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캐릭터에 대한 의문점이 없어서였다. 캐릭터는 비극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드라마였다. 30대가 된 배우로서 더 깊은 감정을 배울 수 있었다.
"어른의 사랑을 연기한 듯해요. 바닥까지 감정을 끌어내렸죠. 같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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