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강호가 최근 진행된 MBN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쇼박스 제공 |
배우 송강호가 오는 8월 2일 영화 ‘택시운전사’로 극장을 찾는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이 통금 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을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여름 극장가에서 ‘택시운전사’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플까봐 걱정인 분들이 있다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 영화는 너무 신파적으로 관객들에 슬픔을 요구하기보단, 사건을 최대한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너무 건강하지 않은가. ‘택시운전사’는 눈물을 흘려도 좋은 영화다”라고 답했다.
송강호 역시 직접 영화를 본 소감으로 “너무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80년 광주의 이야기는 조금 무겁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희망이라고 언급했었는데,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어떻게 극복해나갔나를 생각하면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를 가지고 있던 김만섭 같은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들이 아픈 기억들과 사건들을 극복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지 않았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잊지 말자’ 보다는 ‘기억하되,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점을 생각할 수 있게 해서 참 좋았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김만섭과 피터,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80년대 광주에서의 비극을 바라본다. 이를 통해 아픈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창한 인물이 아닌 아주 평범한 이들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극중 김만섭이 피터를 태우고 광주역에 도착했을 때 광주 시민들의 환대에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진한 울림을 안긴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영화관에서 봤을 때 광주역에 들어선 장면이 가장 슬펐다. 왜냐면 나한테 주먹밥하나 준다고 해서 슬픈게 아니라, 저렇게 순수한 얼굴로 다들 모여서 주먹밥을 나눠먹고, 한 편에서는 놀이판도 벌어진다. 그런 아름다운 모임이었고, 건강한 시민들의 목소리였는데, 결국은 많은 분들이 희생됐다고 생각하니까 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강호는 극중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 함께 했던 토마스 크레취만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소통은 웬만하면 됐다. 굳이 그 외에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웃음). 장난이고, 류준열은 영어를 조금 해서 쉬는 시간에 헐리웃 영화도 물어보고 나름 소통을 하더라. 토마스 크레취만이 대화 하는 걸 좋아한다. 한번 물어보면 아주 길게 말씀하신다. 나하고 유해진은 기본적인 대화만 나누고, 조금 긴 대화는 류준열이 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토마스 크레취만 뿐만 아니라 유해진, 류준열과 호흡을 맞추며 남다른 케미를 자랑했다. 특히 그는 유해진과 20년 지기 우정을 자랑하지만, 한 작품에서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사실에 스스로도 신기하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유해진과는 1997년부터 알고 지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연기하게 됐다. 우리도 신기했다. 워낙 좋은 배우고, 따뜻한 사람이다. 류준열과도 호흡을 처음 맞췄다. 처음에는 눈매가 날카로워서 성격이 까칠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해보니까 구재식하고 똑같았다. 그만큼 밝고 건강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다. 두 사람은 인지도에 비해 적은 분량임에도 너무나 치열하게 임해줘서 선배로서 고마웠다.”
송강호는 ‘밀정’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엄태구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내비췄다. 그는 “장훈 감독님과 ‘밀정’ 촬영 현장 얘기를 하다가 엄태구라는 배우가 거론됐다. 당시 중사 역 오디션이 진행 중인걸 모르고 ‘그 친구 너무 잘한다. 에너지도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엄태구를 불러 오디션을 진행했다. 감독님도 너무 흡족해 했다. 난 그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내가 반추천한 셈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특히 이번 영화 속 엄태구의 연기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극중 엄태구는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죽하면 송강호가 “기술시사회에서 엄태구가 나오는 걸 보자마자 ‘엄태구가 주인공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너무 멋있고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잘해줬다”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엄태구 나오는 장면이 이 영화에 진정한 궁극적인 지향점을 얘기하는 것 같다. 실화이기도 하고, 당시 광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군인들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징적으로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또 딸이랑 전화하는 장면도 엄청난 불의를 보고 정의감에 불타서 전화 하는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지켜야한다는 걸 암시하는 부분이라 좋았다. 덜 정치적이라서. 내가 태워야할 손님을 두고 왔다는게 택시기사로서 직업 윤리적인 것도 있지만, 그 보다도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않나. 내 가족, 내 행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 때문에 같이 온 타인의 삶도 중요하고, 안위도 중요하다. 그 사람을 도와야하고, 나로서는 의무감이 있다. 그것이 중요한 핵심인 것 같다. 정의, 불의를 못 참는 측면이 아니라, 과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80년 광주의 아픔을 어떤 누가 극복을 했나. 수많은 시민들이 인내하고, 인간의 도리를 잃지 않고 끝까지 살아왔으니,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두 장면이 대표적이고, 상징적이지 않나.”
사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출연 제의를 받고 한 차례 고사한 적 있다. 그는 거절했던 이유로 “두려움이 앞섰다”고 말했다.
“고사했다가 다시 선택한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