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엘)는 `군주`에서 천민 이선을 연기하며 한 계단 성장했다. 사진| 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들을 향한 시선은 때로는 매우 따갑다. 팬들의 응원을 받고 영화, 드라마 문을 두드리지만 곧잘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다. 그룹 인피니트 엘(25)도 몇 차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도전에 나섰다. 김명수라는 본명으로 최근 MBC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 주인공 중 한명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천민 신분으로 세자(유승호 분) 대신 왕좌에 오른 뒤 사랑하는 여인 한가은(김소현 분)의 마음을 갈구하는 이선. 동명의 세자와 가면을 바꿔 쓴 천민 이선이 가진 결핍은 김명수를 통해 제대로 발현된 인상을 남겼다.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인피니트 울타리 안에 있는 엘보단 김명수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돌이 연기한다는 선입견을 없애려고 애썼죠(웃음)."
지난 2011년부터 몇몇 드라마에 출연한 김명수에게 '군주'는 첫 사극 도전작이었다. 사실 방송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역으로 내공을 쌓아온 유승호, 김소현과 호흡을 맞추는 데다가 까다로운 사극에 합류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울 리가 없었다.
방송 초반 거친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김명수는 이선의 삶에 발을 맞췄다.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죽고, 천민 신분으로 양반인 한가은을 마음에 품은 이선은 왕좌에 오른 후 다른 사람이 됐다. 세자 이선과 한가은의 사랑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대목(허준호 분)의 손에 꼭두각시 왕 노릇을 해야 했던 그의 순애보는 끝없는 질투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권력욕으로 변했다.
김명수는 "등장인물 가운데 천민 이선의 감정 폭이 가장 컸다.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부터 꼭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다"고 회상했다. 그의 말처럼 천민부터 왕에 이르는 변화가 그에게 놓여 있었다. 이선의 삶은 굴곡졌다. 독약을 먹거나 고문을 받는 장면에서는 짧은 순간에 폭발적으로 힘을 쏟아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감정 소모가 심했거든요. 물고문을 당하는 신을 촬영한 뒤에는 위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가기도 했죠. 소리 지르는 모습도 많아서 힘들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이선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걸요."
'군주'를 관통하는 소재 가운데 하나는 가면이다. 선왕은 편수회 수장인 대목으로부터 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아들에게 가면을 씌웠다. 가면 사이로 세자와 천민 이선의 인생은 엇갈렸다.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가면은 두 이선의 삶을 갈라놨다.
"가면을 쓰면 눈빛으로만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어려웠지만, 대사를 통한 감정 전달이나 표현력이 늘게 된 것 같아 좋아요."
천민 이선은 마지막회에서 결국 자신의 잘못을 세자와 한가은에게 털어놓으며 죽음을 받아들였다. 김명수는 "이선이 마음을 털어놓았기에 죽음으로까지 가는 아쉬움은 없었다"고 만족해했다.
6개월 동안 꼬박 촬영장에서 만난 유승호, 김소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하고, 자신들이 하는 것을 잘 이뤄내는 것 같다"고 부러움을 내비쳤다. 세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공통점이 있었고, 쉬는 시간 틈틈이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허준호 등 중견 배우들과 한 앵글에 서는 경험은 배우로서 한 발짝 더 발전하는 기회이기도 했기에 만족스럽다.
'군주'를 통해 전작들보다 후한 연기 점수를 받은 김명수. 본업인 가수 역할로 나왔던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던 그가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낸 것이니 좋아할 만도 하다. "그룹과 연기 활동을 병행해서 이전까지는 작품 집중도가 떨어진 듯해요. 정확한 비판들은 수용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려고 노력합니다."
가수로 무대에 오른 경험은 드라마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듯하다. 신인 배우들보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했고, 5분 남짓 되는 시간에 춤·노래를 응집해서 표현해야 하는 것은 배우들이 갖지 못한 새로운 접근법이기에 도움이 된단다. "'군주'는 배우로서 깨우침을 얻은 첫 작품"이라고 행복해한 그는 "배우 중에는 상대와 함께 자신도 돋보이게 하는 배우인 하지원 누나가 롤모델이다. 연기할 때는 엘이나 김명수보다는 오롯이 캐릭터로 보이고 싶다. 데뷔했을 때 팬들에게 '성장형 캐릭터'라고 불렸던 것처럼 앞으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명수는 배우로, 또 인피니트 엘로 시청자와 팬들을 만난다. 사진| 유용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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