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학교` 솔비. 사진|엠넷 방송화면 캡처 |
'아이돌학교'는 이름은 학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걸그룹 양성소다. 여기에 뜻밖으로 학교다움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솔비 선생님이었다. '4차원 로마공주' 솔비는 걸그룹 데뷔를 꿈꾸며 모였으나 경쟁과 불안, 자신감 하락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돌학교' 40명 학생들에게 '멘탈관리학' 특강을 맡아 심리치료사 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일 방송된 Mnet ‘아이돌학교'는 40명 학생들의 칼군무 성공이 주요 콘텐츠였다. 교가 ‘예쁘니까’ 홍보비디오 촬영을 위해서는 40명이 칼같이 딱딱 맞는 군무에 성공해야 했다. 촬영 전날 밤까지 열심히 준비했지만, 40명이 하나로 움직이는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드디어 촬영 당일, 기회는 단 3회였다. 피라미드 대열에서 X자, Y자 등을 차례로 성공시켜야 했는데, 두번의 기회가 금세 날아갔다. 마지막 한번,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함께한 40명은 끝내 칼군무에 성공했고, 'OK'사인에 부둥켜안고 울었다. 함께해서 성공한 따뜻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들 중 부진한 학생 8명은 2주 후인 4주차에 탈락될 것임이 예고됐다. 이 탈락자들을 제외해도, 최종 데뷔할 걸그룹 멤버는 달랑 9명이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때로 협동심도 필요하지만, 선의든 아니든 치열한 경쟁을 넘어야 한다.
솔비의 이날 '멘탈 특강'은 경쟁과 탈락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단비 같은 시간이었다. 이날 특유의 머리띠를 두르고 나타난 솔비는 아이돌에게는 춤, 노래 못지않게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려웠을 당시 미술로 치유 받았다며, 먼저 학생들에게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다.
학생들의 그림은 아주 다양했다. 눈웃음이 예쁜 백지헌은 하늘의 먹구름과 비, 무지개를 그려놓고 "부모님 반대에도 집을 나설 때는 희망이 있었는데 막상 여기 와보니 쉽지 않다"고 속을 털어놨다. 또 스노우 베이비는 악마와 천사가 양쪽에서 속삭이는 그림으로 "한쪽에서는 힘든데 집에 가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열심히 해보라고 한다"고 설명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서혜린은 아이돌 외에 패션디자이너 요리사 등 여러 장래희망을 네 갈래 길로 표현했다. 이시안은 피자 등 먹고 싶은 그림을 잔뜩 그려놓고 "배가 고프다"고 말해 공감의 웃음을 자아냈다. 홍시우는 한입 깨문 솜사탕을 그렸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가볍고 달콤한 솜사탕 같은 기분이었는데, 수업도 받고 경쟁도 해본 지금은 한입 베어물어 찐덕해지고 무게감도 더해졌다며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설명하며 누군가 울음을 터뜨리면 따라 울면서 속에 쌓였던 응어리를 풀어냈다. 학생들이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솔비는 이렇게 그린 그림에 눈을 감고 색칠을 하라고 했다. 보이지 않은채 색칠하니 그림은 엉망이 됐다. 솔비는 “이렇게 색칠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모르는 게 꿈이다"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꿈은 화려하고 예쁘지만, 현실은 이 결과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솔비는 “눈을 감고 그릴 때는 ‘내가 잘 하고 있나’ 싶다. 그래도 ‘'잘 하고 있을거야', '이게 맞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그린다. 이처럼 꿈으로 가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고 잘 버텼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을 응원했다.
솔비는 그림으로 학생들이 마음을 털어놓게 하더니, 꿈과 현실의 괴리감 설명에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메시지까지 단숨에 전달했다. 학생들의 참여도나 만족도, 수업 목적에 대한 달성, 쉽게 가르치면서 이해를 높이는 교사의 전문성 등에서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수업이었다.
솔비는 누구보다 솔직한 캐릭터였지만 그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 상처를 그림을 통해 극복하며 화가가 됐다. 스스로의 경험과 노력으로 성장한 솔비는 아이돌그룹을 꿈꾸는 어린
'아이돌학교'는 '서툴지만 열정적인 학생들이 아이돌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걸그룹 인재 육성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성장에는 상처와 아픔이 따르고 이를 치유하며 이끌어줄 선생님도 필요하다. 솔비의 다음 특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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