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맞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았느냐고요? 나라가 뭐가 중요합니까. 헬조선, 뭐가 좋다고."
지난 19일 처음 방송한 MBC 새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중동 국가의 백작 사이드 파드 알리 역을 맡은 최민수는 첫 등장부터 강렬한 대사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알리 백작의 본명은 장달구다. 1970년대 후반 중동으로 건너가 실종됐다가 보두안티아 공화국의 백작이 됐다. 국왕은 알리 백작에게 공주와 결혼할 것을 명령했지만, 알리 백작은 35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근거로 딸이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국왕의 목숨을 살려준 일을 계기로 보두안티아 공화국에서 백작까지 된 장달구는 딸을 찾지 못하면 전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국왕의 엄포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딸이 35세 유부녀이고 이름은 '이지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탄력을 받았다.
최민수는 한국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중동 백작' 역할을 맡았다. 그는 타국에서 자수성가한 억만장자이자 플레이보이 알리 백작의 특징을 그대로 잡아냈다. 자신을 잡으러 온 이들을 피해 모래바람 속을 뚫고 가거나 능청스러운 미소로 여성을 유혹하는 모습은 웃음을 끌어냈다.
낯선 캐릭터의 등장은 작품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극이나 멜로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는 방송가에 알리 백작이 가진 캐릭터의 힘은 그만큼 컸고, 이를 소화한 최민수는 배우의 품격을 보여줬다. 첫 회이기는 하지만, 작품을 준비한 노력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졌다.
최민수는 알리 백작과 관련해 '죽어야 사는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비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었다. B급 정서가 있는 캐릭터이지만 생명력이 있다고 봤다. 집안에서 2달 동안 고민했다"고 말한 바 있다.
"헬조선, 뭐가 좋다고"라는 이제는 뻔해졌지만, 여전히 강렬한 대사는 '죽어야 사는 남자'의 향후 흐름을 암시했다. 알리 백작이 그토록 찾는 딸 이지영A(강예원 분)이 처한 상황은 그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이지영A는 '무조건 가족끼리 모여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자신을 질타하는 남편에게 "그걸 상처라고, 아픔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했다. 돈이 우선인 알리 백작과 사라진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있는 이지영A의 관계는 갈등에 불을 지피면서도 제작진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작품을 연출한 고동선 PD는 앞서 "중동 부자인 사이드 파드 알리는 고생을 하다가 조국에서는 사망 처리돼 잊힌 인물이다"며 "기대하지 않았던 딸이나 만나고 싶지 않았던 가족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소중
최민수는 초반부에 알리 백작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연기하는 알리 백작이 작품을 따라 변하는 것도 '죽어야 사는 남자'를 보는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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