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이블데드` 조권. 제공|오픈리뷰 |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조권(28)이 무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화려하게 무대에 데뷔한 뒤 꾸준히 관객들과 호흡해 온 조권이 이번엔 좀비로 파격 변신했다. ‘깝권’도 ‘2AM’도 아닌 ‘뮤지컬 배우’ 조권의 뜨거운 열정이 대학로를 뒤덮고 있다.
뮤지컬 ‘이블데드(EVIL DEAD)’가 2008년 초연 이후 9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난 가운데 제 몸에 꼭 맞는 배역으로 연일 호평을 받고 있는 조권이 서울 대학로에 떴다. 공연을 앞두고 인터뷰차 만난 그는 무대 위의 모습처럼 에너지가 넘쳤다. “의외의 선택이다”고 물으니, “오래 전부터 대학로 소극장에 대한 로망이 굉장히 컸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됐다. 매 공연이 설레고 흥분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은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편과 2편을 엮은 것으로 숲 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들이 좀비와 맞서 싸우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무대, 숲 속 오두막에 도착한 애쉬와 스캇(조권 분), 린다(정가희), 셀리(김려원)·, 셰럴(허순미)의 웃픈 이야기다.
↑ 뮤지컬 `이블데드` 조권. 제공|오픈리뷰 |
공연은 단순하면서도 빠르고 개성이 넘친다. 익살스러운 인물들의 소개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나면 무대는 급속도로 음침해진다. 급기야 셰럴이 공포에 질려 오두막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순간부터 ‘이블데드’표 독특하고 과장된 공포는 시작된다.
“사실 이 작품이 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주는 장르는 아니잖아요? 저 역시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여서 덜컥 호기심을 가지고 뛰어 들었는데 막상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나 혹독했어요. 초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해 실험적인 작업들이 많았어요. 너무 힘들게 준비하다 보니 즐길 여유조차 없었는데 막상 무대에 올리고 나니 너무 웃기고 재미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확신을 가지고 즐기면서 했죠. 때론 구토가 나올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완주하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돼요.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이죠. 하하!”
오두막집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셰럴을 필두로 인물들은 하나둘 좀비로 변한다. 그리고 좀비가 된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피와 물을 뿌리며 아수라장을 만든다. 관객들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고 스캇을 중심으로 흥겨운 춤과 노래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관객들은 저절로 몸을 흔들고 비로소 무대는 하나로 어우러진다.
그는 “처음 이 작품에 대해 듣고 찾아보면서 올 여름은 왠지 이 공연 덕분에 굉장히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역시나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며 “수위로나 독특한 코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여지가 많은 공연이라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의외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꾸준히 찾아오시는 것 같아 행복한 요즘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생명력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기뻐했다.
↑ 뮤지컬 `이블데드` 조권. 제공|오픈리뷰 |
시종일관 유쾌함이 가득한 그였지만 앞으로 목표에 대해 물으니 한층 진지해졌다. 그는 “아직은 나에 대한 선입견이나 ‘깝권’의 한계 등을 지적하는 시선이 많이 존재하는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제대로 인정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 꼭 맞는 옷을 입는 것도 물론 좋지만, 때때로 전혀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면서 다양한 매력을,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 악물고 노력해서 인정 받는 배우로, 기대감을 주는 배우로, 믿음을 주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 역할들이 굉장히 많은데 무엇보다 무대가 너무 좋아요. 관객들과 호흡하고 노래하고 춤 추고
조권이 출연 중인 ‘이블데드’는 오는 9월 17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