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백성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내 어깨를 빌려줄 것이다. 그대에게 사과한다. 내 백성이 그대처럼 괴물이 되는 세상을 만들지 않겠다."
지난 13일 종영한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왕 이선(유승호 분)은 선왕 때부터 왕좌를 잡고 뒤흔들었던 대목(허준호)을 용서했다. 자신에게 시련을 안겨준 이 또한 한 명의 백성으로 품은 것이다.
'군주'는 세자 이선, 천민 이선(김명수), 한가은(김소현)의 얽히고설킨 인생을 다뤘다. 대목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면을 써야 했던 세자가 천민 이선과 역할을 바꾼 뒤 백성을 위한 왕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작품 안에서 극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킨 건 대목이었다. 그는 편수회의 수장으로 선왕 때부터 독약인 진꽃환으로 왕의 권력을 자신의 발밑에 뒀다. 해독제를 움켜쥔 채 국가가 백성이 아닌 대목과 편수회를 향하도록 만들었다.
왕 이선이 자신을 괴롭힌 대목에 복수하지 않고, 용서를 구한 것은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였다. "물은 아래로 흘러야 하는 세상에서 거꾸로 솟구쳐봤다. 내 저승에서 네가 이 조선을 어찌 바꾸는지 똑똑이 지켜보겠다"는 대목의 말에는 군주의 힘으로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뜻이 담겼다.
과하기 느껴질 정도로 정도를 걷거나 백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선의 모습은 그래서 더 감동이 컸다. 지난해 어지러운 시국을 겪었던 시청자들도 이선이 전하는 군주의 올바른 길에 박수를 보냈다. 왕이 직접 칼을 잡고 위기를 타개하는 등 다소 과장된 장면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보는 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점이다.
유승호 김소현 김명수 등 어린 배우들이 작품을 이끈 것도 새로웠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 생활을 했던 유승호 김소현과
허준호는 죽음을 맞을 때까지 무게감 있는 연기로 주인공 반대편에서 작품의 중심을 잡아줬다. 세상이 만든 악인일 수도 있는 대목을 통해 군주의 성장이 돋보이게 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