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언론상 수상 소감 중”
두 남자의 언밸런스한 엉뚱한 대화에 웃고 또 웃은 지 얼마나 흘렀을까. 영화가 시작되고 30~40여분이 지나 두 명의 주인공이 탄 택시가 광주에 다 달았을 때, 그 끔직한 현실과 마주했을 때부터다.
두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멈추지 않고 하염없이 흐른다. 충격적이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가슴이 아프고 그저 죄송스러워서. 하지만 영화가 지속될수록 비단 슬픔의 눈물만 흐르는 건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사투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따뜻한 불씨가 피어올라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흐르는 눈물과는 별개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게 되기도 된다. 그렇게 영화는 여러 가지 의미로 관객을 울린다.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참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피의 한복판에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이자 택시운전사인 김사복, 두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980년 5월, 낡은 택시 한 대가 전 재산인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인 만섭(송강호)은 운수 대통의 날을 맞이한다. 한 외국인 손님이 광주에만 다녀오면 고액의 택시비를 주겠다는 것. 그저 택시비를 벌기 위해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이 손님을 태우고 신바람이 난 만섭이다.
그들이 만나는 광주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은 운동권 출신도, 평소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강건한 사나이도 아니다. 이들을 돕는 광주의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역시 ‘대학가요제에 나가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생이 됐을 뿐, 대모를 일삼는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서울 택시운전사와 외국인인 독일기자, 이들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진다. 거창한 구호나 의식이 없이도, 비장한 사명감이나 타고난 신념 없이도 너나할 것 없이 피의 현장에 뛰어든다. 양심과 상식, 인간의 도리 면에서 그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할 뿐이다.
감독은 비극적인 아픔의 역사를 단지 그 자체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타고난 영웅을 등장시켜 미화시키지도 않는다. 왜 평범한 이들이 비범해질 수밖에 없는지, 비범해진 그들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현재를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평범한 이들의 치열한 사투를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연결되고, 가슴 속 뜨거운 불씨를, 참담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이라는 기쁨을 느끼게끔 만든다. 비단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일수도 있었다는 걸 생생하게 전달하며 큰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가 끝난 뒤 뜨거운 눈물을 훔치며 다시금 묻고 싶다.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대체 그들에게 왜 그랬습니까?” 그리곤 누구에게 닿을지 모르지만, 다시금 되뇌어본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영화는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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