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클`을 통해 SF장르에 도전한 배우 김강우. 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한국 드라마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SF장르를 들고나온 tvN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파트1:베타 프로젝트' '파트2:멋진 신세계'는 각각 2017년 2037년의 현재와 과거를 다뤘다. 배우 김강우(39)는 2037년 일반지구 강남서 베테랑 형사 김준혁으로 등장했으나 김우진(여진구 분)의 쌍둥이 형 김범균으로 밝혀졌다.
'써클'을 끝내고 만난 김강우는 "시원섭섭하지만 재밌었다. 팀워크도 좋아서 열심히 촬영했다"며 인사했다. 한국에서 낯선 장르를 선택한 건 기발한 시나리오를 때문이었다. 그가 작품 안에서 발 디딘 곳은 20년 앞선 미래였다. 한 장면에 수개월이 걸리는 CG 완성도는 아쉬웠으나 이 또한 한국 드라마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연기할 때 미래라는 걸 의식하진 않았어요. 그게 함정이죠. 미래를 그리고 연기하면 현실감이 떨어질 것 같았어요." 김강우는 20년 전 과거인 1997년을 예로 들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생긴 것 외에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건 없다"고 했다. 2037년을 현실감 있게 다루기 위해 2017년에 있는 무게추를 잃지 않았다.
"인간미 넘치고 유머러스한" 김준혁에게 매력을 느낀 김강우는 작품에 앞서 걱정도 있었다. '써클'은 흥미로운 극본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렇지만 캐릭터가 가진 특징으로도 도전할 만했다.
2.88% 시청률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써클'의 관심은 점차 옅어졌다. 복잡한 구성과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새 시청자의 유입이 어려웠다. 첫 회 시청률이 가장 높은 기록으로 남았다. 김강우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1% 중반대 시청률이 진성 시청자들인 듯하다"고 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에도 반응은 뜨거웠다. 각 인물들의 정체나 연결고리들을 나름대로 추리하는 글이 이어졌다.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들은 다음 이야기의 퍼즐 조각을 맞췄다. "소설처럼 다음 내용을 예측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제작진과 보시는 분들이 서로 재미를 만든 듯해요."
김강우는 어린 배우들을 이끌며 작품을 완성했다. 여진구에 대해서는 "천성이 선하고 솔직한 배우"라고 평했다. 어린 나이에도 느껴지는 노련미와 감정이 TV를 통해 전달된다는 것이다. 촬영장에서 말이 없는 편이지만, 일부러 후배들에게 농담을 건넸다. 이기광(27)에게는 그가 속한 그룹 하이라이트 음악을, 공승연(본명 유승연·24)에게는 동생이자 트와이스로 활동 중인 정연(유정연·21)의 근황을 묻기도 했다.
'써클'에 출연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한국에서 SF장르의 미래를 본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F물에 한국 배우가 나오면 이질감을 느꼈죠. '써클'은 미래가 나오지만 지금 어딘가 살법한 인물들이 나와서 공감을 받았어요. 앞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 SF 장르 비중이 더 커질 수 있을 겁니다."
장르적으로 뻔할 수 있는 '전체주의 사회' '복제인간과 인간의 존엄성' '기억' 등의 소재가 쓰였어도 '써클'은 매끄럽게 줄거리를 풀었다. 김강우는 "주제가 단순 명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양에서는 이 장르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알아요. 미래 속에서도 현재를 찾을 수 있다면 누구나 감정이입이 잘 될 수밖에 없죠. 이제는 SF장르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거부감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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