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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스파이더맨’ 토비 맥과이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정체를 들켜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수다맨’ 같은 속사포 대사가 영국 악센트와 맞물려 웃음을 안기고,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지지 않으려고 따지는 상황도 흥미롭다.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감독 존 왓츠)은 치기어린 10대의 스파이더맨이 어떻게 영웅이 될 준비를 하는지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미성숙한 우리의 10대 예비 영웅은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며 영웅 예행연습(?)을 하고, 하루빨리 어벤져스 멤버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실수 연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친한 친구에게 정체가 탄로 나기도 한다.
혈기 왕성한 이 10대 친구는 영웅이 되고 싶어 조바심도 일고, 자랑도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톰 홀랜드는 이런 심리와 행동, 말투 등등을 딱 그 나잇대 모습 그대로 표현했다. 좋아하는 여자를 향한 머뭇거리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블로 다시 돌아온 ’스파이더맨’은 ’홈커밍’을 통해 토비 맥과이어나 앤드류 가필드 말고 톰 홀랜드로 ’스파이더맨’의 전후를 정의해도 될 정도다. 최적화된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등장이다.
존 왓츠 감독의 연출력도 추어올려야 한다. 액션이면 액션, 감정이면 감정, 유머면 유머 등등. 각 지점을 제대로 전달하는 연출력과 기술이 탁월하다. 마블 팬들이 원하는 걸 골고루 보여준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치열한 전투 신에서 잠깐 등장했던 스파이더맨의 활약상이 초반부 피터 파커가 셀카를 촬영한 영상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마블 팬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재기발랄함 그 자체다. 이때부터 기대감은 상승,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마지막까지 그 기대감을 만족시킨다.
또 ATM을 터는 도둑들에게 어벤져스 멤버들의 가면을 쓰게 하고, 스파이더맨은 용의자에게 "너 초짜지? 연습하고 오라"는 말을 듣기도 하며, 아이언맨 팀과 적대적인 관계가 된 캡틴 아메리카는 TV 속에서 깜짝 등장한다. 이런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유쾌하고 즐겁다.
피터 파커가 멘토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티격태격하다가 멋지게 팀플레이하는 것도 볼거리다. 치기 어린 예비 영웅이 점차 성장하고 진짜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토니 스타트의 쓰임도 좋다. 스타크의 비서(기네스 팰트로), 조수(존 파브로)의 등장도 반갑다.
악역의 쓰임도 나쁘지 않다. 마이클 키튼이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문을 여는데 그의 활약상이 엄청나다. ’스파이더맨’의 악역은 언제나 과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외계 물질을 이용해 꽤 그럴듯하게 설정했다. 다만 마이클 키튼이 출연한 영화’버드맨’이 생각나는 건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스파이더맨 의상도 이제는 더 이상 ’쫄쫄이’가 아니다. 첨단 슈트다. 가슴에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이
’어벤져스’ 등에서 스파이더맨의 다음 활약상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133분. 12세 이상 관람가. 5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