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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열’ 이제훈 |
그런 그가 ‘박열’을 만나 일본 제국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으로 분했다. 이준익 감독의 열 두번째 작품인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 분)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렸다.
“‘박열’은 이준익 감독님의 열 두번째 작품이다. 감독님이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어떤 분이신지 이전에 함께 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물어봤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같이 있으면 너무 즐겁다고 하더라. 심지어 놀러간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이 고되고 힘든 순간에도 감독님과 있으면 즐거움으로 승화된다. 그리고 했던 사람들이 왜 또 함께하고 싶어 하는지 이번에 경험하게 됐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이제훈이 만난 박열은 일본 제국의 한복판에서 항일운동을 하기 위해 남루한 생활을 하지만, 조선인을 조롱하는 일본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등 기세만은 당당했던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이다. 유독 아나키즘에 관심을 보였던 박열은 보다 적극적으로 항일운동을 펼쳤으며, 죽음도 불사한 채 일본 제국의 부도덕한 태도를 추궁하며 일본 내각을 가지고 놀았던 뜨거운 청춘이다.
“박열과 접점을 찾으려 했다. 표현하는 측면이 다양하고, 감독님과 저의 해석이 각각 있어서 그 부분이 조심스러웠다. 연기하는 모습을 제 3자의 모습에서 관찰하려고 노력했다.”
“해방이 된 이후의 모습들을 봤을 때 박열이라는 인물을 몰랐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컸다. 박열이 끝까지 살아남아서 너희들이 저지른 만행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다졌던 시간들이 무려 22년 2개월이다. 해방이 되고 출소한 후 혼란스러운 나라를 건국하는 데에 있어서 일조했었고, 일본에 있는 윤봉길 의사나 이봉창 의사의 유해를 가지고 효창공원에 묻히게 한 장본인이다. 나라의 독립을 희망했던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이 남아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직접적인 개인에 삶에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조금 더 관심 갖고 목소리를 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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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은 ‘박열’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문에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연기적인 면에 있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는 실제로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벌였던 박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 내내 자발적으로 금식을 감행했고, 특히 일본어 대사를 완벽하기 구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원래 일본어는 기본 인사말 밖에 못한다. ‘박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좋았는데, 막상 감당이 안되더라. 한국 법정에서 감정을 담아서 하는 것도 벅찬데, 이걸 일본어로 어떻게 연기해야하지하는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우선시로 일본어를 습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분들께 일본어 대사에 문장과 문단, 단어, 대사를 읊는 빠르기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녹음을 부탁드렸다. 감사하게도 부탁을 응해주시고 녹음을 해주셔서 촬영 내내 끼고 살았다. 매일 대사를 읊조리고 다니니까 오죽하면 스태프들이 그만하라고 하더라(웃음). 그렇게 대사를 많이 연습하고 준비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대사가 흐릿해지고 맥락정도만 기억에 남는데, 이번 대사는 쿡 찌르면 언제든지 튀어나온다.”
이제훈은 함께 호흡한 최희서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배우가 큰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주위에서 걱정을 내비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최희서라서 다행이었다며 웃어보였다.
“대중들은 ‘동주’를 보고 아셨겠지만, 저는 ‘동주’를 보고 ‘아 이사람 드디어 나오네’하면서 반가워했었다. 예전에 최희서 씨가 한 독립작품을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 그때 보고 원석 같은 배우라고 각인 됐는데, ‘동주’를 보고 앞으로 많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번 ‘박열’을 통해서 만나게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