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싶다’ 사진=SBS |
# 실종, 혹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
2004년 5월 7일, 보험설계사였던 김인숙 씨는 삼성동 소재 호텔에서 투숙했다. 그날 이후 김인숙 씨의 행방은 묘연하다. 한 남성과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지만, 이후 그녀가 나오는 모습은 누구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그녀는 그날 저녁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떠났어야 했다.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했던 인숙 씨. 당시 그녀는 임신 5개월 차, 남자와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흔적이 전혀 없어요. 가지 않았습니다. 의료 기록도 전혀 없고. 실종자 짐은 하남에 가 있습니다.” - 당시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중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인숙 씨의 출·입국 기록이나 의료 기록 등 이른바 생활반응은 확인된 바 없다. 그런데, 그녀가 중국으로 가져가려던 짐은 공항이 아닌 하남의 한 물류창고에서 발견됐다. 호텔 방 밖 김인숙 씨의 행적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는데... 과연 그녀의 짐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옮겨진 걸까.
# 용의자의 자백
김인숙 씨가 실종된 지 43일 만에, 유력 용의자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용의자는 인숙 씨와 연인관계이자 함께 중국으로 떠날 약속을 했던 남 씨. 그는 욕실에서 피해자를 목 졸라 죽였으며,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자기가 죽인 것은 사실인데, 시체를 원효대교에 버렸다. 탄천에 버렸다. 또 행주대교 밑에 버렸다.
심지어는 자기가 시신을 어깨에 메고 차에 실어 버렸다. 계속 진술을 번복합니다.“ - 당시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중
계속되는 수사에도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용의자는 시신 유기 장소를 번복해 경찰을 혼란에 빠뜨렸다. 급기야 남 씨는 본인의 진술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는 것. 그리고 남 씨는 풀려났다. 검찰은 남 씨가 인숙 씨를 죽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만 구체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게 사건 수사는 미궁에 빠졌고, 김인숙 씨는 지금껏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의문의 목소리
제작진은 실종사건의 유력 용의자 남 씨를 수소문하던 도중, 실종자 언니로부터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실종 초기, 남 씨는 인숙 씨가 브로커를 통해 중국에 잘 도착했다며 언니를 안심시켰다. 남 씨 말처럼 김인숙 씨 실종 한 달째쯤 가족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본인을 중국 중개인으로 소개하며, 김인숙 씨가 중국에 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인숙 씨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제작진은 목소리의 실체에 다가섰다.
과연 김인숙 씨의 행방을 알고 있다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굴까? 용의자와 중국 중개인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 또 하나의 사건
김인숙씨 실종사건 관련 재판에서 용의자는 사기죄만 인정되어 적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2004년 인숙 씨가 사라진 그 날에 멈춰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 씨 범행에 대한 심증을 굳힐, 뜻밖의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제작진은 취재 도중 남 씨가 또 다른 사건에 연루된 적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 씨가 운전한 차량 뒷 자석에 앉아있던 피해자가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것. 재판 기록에 따르면 남 씨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급브레이크를 밟아 피해자의 경추가 부러졌지만, 그대로 방치해 죽게 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피해자는 다름 아닌 남 씨의 의붓어머니. 같은 해 사망한 아버지의 재산 상속문제로 의붓어머니 및 이복동생과 갈등을 빚던 중이었다. 정황상 살해 동기는 충분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남 씨는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그리고 5년 뒤, 남 씨는 김인숙 씨 실종사건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 다시 시작된 진실공방
“저는 기꺼이 희생양이 되기 위해서 인터뷰에 응했어요.
저한테 유리한 장소도 많았지만 제가 여기 온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말 하려고.“ - 남 씨 인터뷰 중-
백융희 기자 byh@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