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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열`에서 대변신한 이제훈. 제공|메가박스 |
“단순히 개봉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다시금 꺼내 보고픈, 우리가 잊고 지냈던 부끄러움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여운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우리가 나라를 사랑하는 데 있어 좀 더 의식을 가지고, 과거의 울분을 씻고, 자긍심을 갖고 나아가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어요.”
배우 이제훈(34)이 그간의 ‘바른 청년’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으로 분해 기존의 독립영화와는 다른 ‘결’의 날것의 연기를 펼친다. 스스로도 ‘이제훈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역대급 도전이자 남다른 의미를 지닌 경험이었단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 개봉을 앞둔 이제훈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맡은 ‘박열’에 대해 “일본 도쿄로 넘어오기 전에 유관순과 함께 3.1 운동을 펼친 인물이다. 일본식 사상 교육을 받는데 대한 거부감에 적극적인 항일 운동을 펼치다 우리나라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껴 일본으로 건너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통상 만주나 상해로 향하는 게 일반적인데 박열은 오히려 제국주의의 중심부로 가 반어적인 저항운동을 계획했다"며 “그 기개, 열정, 용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시나리오 역시 이 같은 전형성을 벗어난 인물을 다룬만큼 기존의 시대극과는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되는 사건을 다룬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던 일본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이제훈은 “통상 독립운동가를 다룬 영화와는 차별화된 지점이 많아 출연 제의를 받고 너무나 기뻤다. 일단 진중하고 장황하고 비장하게만 인물을 다루지 않은 것이 좋았고 전체적으로 선입견을 벗어난 톤, 인간 박열과 독립운동가 박열에 대해 입체적으로 다룬 부분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언뜻 박열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과격하고 이상주의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그의 여생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대단해요.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고서도 해방의 순간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개척해갔죠. 우리 영화가 보다 매력적인 건 이 같은 운동가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이면들도 세세하게 다뤘다는 거예요.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박열이 굉장히 성장하고 다듬어졌기 때문에 그녀와의 정신적이고, 신념적인 동지애, 사랑을 깊이 있게 다뤘죠. 한 가지 시선이 아닌 다각도에서 인물을 다뤘다는 게 이 영화의 차별화된 의미예요.”
이제훈은 22살의 열정적인 박열의 뜨거움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해야 했다고 했다. 청춘의 에너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성의 매력과 내면 깊숙한 곳의 따뜻함, 강직한 신념까지 발렌스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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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제훈은 영화 `박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제공|메가박스 |
이준익 감독을 언급함과 동시에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제훈은 “사실 감독님에 대한 배우들의 이야기들이 다 좋기만 해서 솔직히 그와의 작업이 대체 어떨까 많이 궁금했었다. 막상 작업하고 나니 이유를 알겠다”며 웃었다.
“감독님과 함께 있으면 저절로 힘이 솟고 힐링이 돼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시고 분위기를 한결 유쾌하게 만드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으세요. 단순히 작품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 이야기에서부터 아주 사소한 것까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항상 저를 즐겁게 해주셨어요. 소년 같은 해맑음이 넘치시니, 함께 있으면 덩달아 즐거워지곤 했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무겁고 부담되고 고된 작품이었는데 감독님의 존재로 인해 순간순간 힐링이 돼서 깊이 침체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어요.”
끝으로 영화의 흥행에 대해 물으니, 그저 수줍게 웃는 그였다. 잠시
‘박열’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