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쌈마이웨이 포스터 |
◇ 부진의 늪에 빠진 월화극
올해 KBS 월화극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첫 스타트를 끊은 ‘화랑’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청춘사극을 예고했던 작품이다. 무명(박서준 분), 삼맥종(박형식 분), 아로(고아라 분)의 삼각 인연으로 포문을 열었던 ‘화랑’은 강한 개성으로 뭉친 일곱 명의 청춘을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첫 회 6.9%의 시청률(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으로 출발했던 ‘화랑’은 경쟁작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듯 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허술해지는 전개와 사전제작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부진한 성적이 이어졌고,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도 알맹이 없이 반복되는 갈등 구조는 몰입을 방해했다. 답답한 전재가 지속됐던 ‘화랑’은 과한 욕심으로 결국 세심함을 놓친 채 아쉬움 속에 종영을 맞았다.
‘화랑’의 뒤를 이은 작품은 ‘완벽한 아내’다. 당초 ‘완벽한 아내’는 돈 없고, 사랑(잠자리) 없고, 이름과는 정 반대로 복 없는 3無 막다른 인생에 맞짱을 선언한 대한민국 보통 주부 심재복의 우먼파워를 그릴 화끈한 줌마미코(아줌마+미스터리+코믹) 드라마로 소개됐다. 특히 고소영이 10년 만에 드라마로 컴백하면서 방송 전부터 ‘고소영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집 안팎에서 찬밥 신세를 지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줌마 심재복으로 변신한 고소영의 활약은 기대감을 높였다. 고소영을 비롯해 윤상현, 조여정, 성준의 연기 호흡도 좋았고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치고 다양한 장르를 담아냈다는 점도 시청자들의 호감을 불렀다.
그러나 중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자극적인 요소가 부각되면서 극의 전체 흐름이 뚝뚝 끊기기 일쑤였고, 그 안에서는 심재복의 우먼파워도 실종되고 말았다. ‘고소영의 복귀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소영의 존재감은 점점 미미해졌고, ‘줌마미코(아줌마+미스터리+코믹)’라는 복합장르의 색깔도 잃었다.
‘화랑’ ‘완벽한 아내’까지 부진 2연타를 친 KBS는 ‘쌈 마이웨이’로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쌈, 마이웨이’는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도, 남들이 뭐라던 ‘마이웨이’를 가려는 꼴통판타스틱 포(4) 청춘들의 골 때리는 성장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현실성 있는 대사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쌈 마이웨이’는 꾸준히 시청자를 모으며 호평을 받으면서 현재 월화극 1위에 안착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리며 유쾌하고 시원한 로코물을, 청춘들의 성장드라마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쌈 마이웨이’가 마지막까지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사진=화랑, 김과장 포스터 |
◇ ‘김과장’ ‘아버지가 이상해’ 흥행 공통점=사이다와 공감
KBS가 2017년 첫 미니시리즈로 내놓은 ‘김과장’은 첫 회부터 빠른 전개와 통통 튀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TQ그룹을 배경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해진 현대 사회의 폐부를 직설적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 기대를 모았고, 매회 시원하게 펼쳐지는 사이다 매력을 담은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인기 드라마’가 갖춰야 할 배우, 연출, 스토리 삼박자가 골고루 어우러졌던 ‘김과장’은 남궁민, 남상미, 준호, 김원해, 정혜성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연출 역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해냈다. 직장생활에 찌들어 있는 이들을 대변하는 듯한 공감 가는 대사와 그런 이들을 위로해주는 메시지, 캐릭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심 어린 조언이 매주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던 ‘김과장’은 마지막까지 감동과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기분 좋게 퇴장했다.
‘김과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추리의 여왕’은 기존의 선보이던 추리물과 다른 신선함을 자아내 호평을 받았다. ‘추리의 여왕’은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전개가 이어질 것이라는 추리 수사물을 향한 선입견과 기존의 어렵게 꼬아놓은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화면 속의 단서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갈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추리와 액션, 코믹, 멜로, 휴머니즘의 조화를 적절하게 어우르면서 쫄깃함을 더했다.
극의 중심을 이뤘던 권상우와 최강희의 호흡도 ‘추리의 여왕’의 재미포인트였다. 각각 하드보일드 열혈형사 하완승과 생활밀착형 추리퀸 유설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권상우와 최강희는 티격태격 하다가도 추리와 수사를 펼칠 때는 직감, 본능, 날카로운 탐정 실력을 발휘해 명품 탐정 콤비를 과시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지난해 KBS 인기작으로 등극한 ‘구르미 그린 달빛’을 잇는 로맨스 사극을 예고했던 ‘7일의 왕비’는 역사에 단 몇 줄로 기록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의 삶과 사랑에 집중한다. 단경왕후의 삶이 드라마틱한 상상력이 더해져 로맨슥 사극으로 재탄생한 ‘7일의 왕비’는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한 여인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려내고 있다.
기대 속에서 ‘7일의 왕비’는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첫 회 6.9%(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로 시작한 ‘7일의 왕비’가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사진=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아버지가 이상해 포스터 |
KBS는 ‘주말드라마의 명가’의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월계수 양복점을 배경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배치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제각기 사연을 가진 네 남자를 중심으로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공감, 용기를 선사하는데 중점을 맞췄다.
‘월계수’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다양한 볼거리로 안방극장에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며 꾸준히 주말극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가 답답함을 선사하고 납치극, 실어증, 불치병 등의 극단적인 소재를 이용한 전개는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혹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극의 활기를 불어넣어준 건 ‘아츄 커플’의 활약이다. 두 사람은 보는 이들의 연애 욕구를 자극할 만큼 다정한 연인의 모습과 자연스러운 스킨십 연기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답답한 전개 속에서 사이다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바통을 이어받은 ‘아버지가 이상해’는 막장을 덜어내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독보적인 시청률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에는 변씨 부부와 그들의 4자녀 이유리(변혜영 역),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