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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신현빈. 사진| 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봄이 끝나니까 드라마도 끝난 기분이에요. 감독님이 날씨가 좋은 봄에 촬영해서 '봄소풍' 같이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딱 그런 느낌으로 끝났죠."
KBS2 드라마 '추리의 여왕'은 평범한 주부 유설옥(최강희 분)와 열혈 형사 하완승(권상우 분)이 주인공인, 사건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따뜻한 추리극이었다. 신현빈(31)은 대형 로펌 하앤정의 변호사이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하앤정의 후계자가 되려는 정지원으로 열연했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공조'의 현빈 아내 역에 이어 가녀린 미모와 안정된 연기로 주목 받았다.
정지원은 아버지와 하앤정 공동 설립자인 하재호(장광 분) 대표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의 아들인 하완승과 결혼하려고 했다. 성공을 좇는 당찬 인물이었으나 하완승의 애정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도 하완승이 위기에 빠질 때는 손을 내밀어 그를 도왔다.
"후계자 싸움을 하는 오빠에게 심하게 대하기도 해서 얄밉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쿨하게 보였으면 했어요." 신현빈은 캐스팅 막바지 단계에서 출연을 확정 지었다. 제작진이 신현빈을 발탁한 건 뻔해 보이는 캐릭터를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잠재력을 봤기 때문이었다.
"정지원이 멋있는 사람으로 느껴졌으면 했어요. 누구한테도 똑같이 뚜렷했죠. 건달들에게 협박을 당할 때나 형사 과장과 대화할 때도 굴하지 않은 인물이었어요. 대신 (하)완승 앞에서는 조금 흐트러지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신현빈은 촬영에 앞서 전문직인 변호사로 활동 중인 지인을 만나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가 얻은 결론은 단순했다. '똑같은 변호사지만, 모두 다른 사람'이라는 것. 극 안의 인물을 틀에 가두기보다는 사람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캐릭터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웬만해서는 리허설을 꼭 했어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한 호흡으로 길게 가는 촬영도 했죠. 신선한 시도가 많아 재밌었어요. 마지막회 끝 장면에서 카메라가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한 번에 잡았는데, 드라마는 끝났지만 인물들의 삶은 계속된다는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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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의 여왕`에서 지성과 미모를 갖춘 변호사를 연기한 신현빈. 사진| 유용석 기자 |
'추리의 여왕' 마지막회에서는 시원한 결말보다는 물음표를 남겼다. 정지원은 의문의 김실장에게 하완승의 비밀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하앤정의 대표 자리를 요구했다. 이 외에도 두 번째 시즌을 암시하는 장치가 여러 곳에 있었다.
"정지원이 하 대표 때문에 차에 치일 뻔한 일도 있었고, 하앤정을 가지려고 하기보단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정리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신현빈은 두 번째 시즌 제작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음 시즌에서는 하앤정 대표가 된 후 하완승을 도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희(40), 권상우(41) 등 '추리의 여왕' 배우들은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조연 가리지 않고 자신보다 상대 배우를 배려하는 촬영장 분위기였다. "권상우 선배님이 재밌게 해주셨어요. 가끔은 너무 재밌어서 이상할 정도였죠." 즐거운 기운은 '추리의 여왕'이 봄소풍을 닮은 드라마가 되도록 했다.
신현빈은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배우가 되는 목표가 어렴풋이 생긴 뒤 오디션을 보고 한 달 만에 2010년 개봉한 영화 '방가? 방가!'에 캐스팅됐다. 그의 말처럼 '후다닥' 데뷔작을 만난 것이다.
"미술을 공부해서 연기할 때 도움이 된다고 지난해부터 느꼈어요. 시나리오를 볼 때 시각적인 연습이 돼서 상황을 잘 상상하죠. 그렇지만 미술은 잘 그만둔 것 같아요."
신현빈은 선호하는 작품에 대해 '중구난방'이라고 표현했다. 최근에는 혼자 영화관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분노' 등을 봤다. 각기 다른 장르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그는 "여러 장르를 좋아해 영화 추천 목록에 싫어하는 영화도 뜨더라"며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여러 작품을 보고 연기 활동을 쉬지 않았지만, 어느덧 30대가 된 신현빈은 앞으로도 배우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이 들어 좋은 연기를 하는 선배님들을 볼 때는 설레죠. 20대 절반은 평범한 삶을 살아봤으니 이제는 계속 연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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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의 여왕`에서 지성과 미모를 갖춘 변호사를 연기한 신현빈. 사진| 유용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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