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봉준호 감독, 모든 논란에 답하다 사진=옥영화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진행된 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틸다 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니엘 헨셜 등이 참석했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와 플랜B 엔터테인먼트, 루이스 픽처스,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스 컴퍼니가 함께 제작한 ‘옥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동시 공개되며, 국내 극장에서도 개봉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내 극장 업체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옥자’의 극장 개봉을 놓고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옥자’는 앞서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전 프랑스 극장 협회가 반발하고, 프랑스 임시 비자 발급이 거절되는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녔다. 칸에서 앞으로 넷플릭스를 어떻게 다룰지 규정이 생기고 있다. 칸에 초청되기 전에 프랑스 내부에서 법적으로 정리되면 좋았을텐데, 초청해놓고 논란을 벌이니 민망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프랑스 영화법까지 공부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나 영화제라는 것이 항상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구는데 공헌한게 아닌가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내극장 상영에 대해 “멀티플렉스 측도 이해가 간다. 극장입장에서는 그런 주장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원칙도 존중한다.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그들의 우선권을 뺏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논란은 저의 영화적인 욕심 때문에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되도록 큰 스크린에 많이 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내다보니,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도나 법적으로 부딪힌 것 같다”며 “칸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번 ‘옥자’와 관련해서 스트리밍 영화, 극장영화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이 다듬어 질듯하다. ‘옥자’가 규정을 정리하는데 신호탄이 되는 역할이라면 그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 논란에 본의 아니게 피곤해진 업계분들께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 |
봉준호 감독은 영화 속 다국적 문화의 교류에 대해 “문화적 경계를 넘어보고 싶거나, 섞어서 만들고 싶다는 의도는 없었다. 그냥 스토리에 따라 영화를 만들었을 뿐. 다국적 거대 기업에 관한 이야기고, 그런 기업에 의해서 소녀와 기업의 사이에서 많은 문화가 섞이게 되는, 자연스러운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 문화적인 철학을 가지고 만든 건 아니다. 스토리가 항상 우선이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은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털어놨다. 그는 “대본을 볼 때 보다 영화를 편집하면서 감독님이 어떠한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는지 깨닫게 됐다. 자본주의로 인한 식량난 문제가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의 힘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두 얼굴의 CEO 루시 미란도 역의 틸다 스윈튼은 “저는 메시지 보다, 하나의 암시, 태도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여정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우리가 성장한다고 해도 사랑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또 신뢰, 가족을 포기할 필요가 없고, 거짓말을 반드시 해야할 필요가 없다. 영화 속에서 옥자와 미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이 세상에서도 진정한 자아를 지켜가면서 모든 걸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우리 시대가 주는 피로가 있는데,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다 같이 살고 있다. 그래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걸 미자와 옥자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녀들이 강인 할 때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서현도 ‘옥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모든 논란이 끝나고 영화를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화는 오는 29일 넷플릭스 및 일부극장 개봉.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