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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보면 똑같은 날이 계속된다. 전날 밤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난 상황이다. 아무래도 기억이 생생한데 꿈이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궁금하나 원인을 알 수 없다.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감독 라이 루소 영)은 내일로 가기 위해 하루를 반복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타임 루프 판타지다. 스릴러나 종교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제목과 다르게 따뜻함과 함께 삶의 교훈까지 담고 있다. 그렇다고 애써 지루하거나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느낌은 아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벗어나려고 애쓰는 주인공이 1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도를 높인다. 조금씩 달라진 상황 속에서 두려워하고 절규하면서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여주인공 조이 도이치의 연기가 일품이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소녀 샘(조이 도이치). 친구 셋과 함께 즐거운 파티에 가고, 남자친구와 달콤한 첫날 밤을 기대한다. 별다를 바 없던 하루였(다고 생각하)는데 샘에게는 마지막 날이었다. '내일'을 향해 달리지만 쉽지 않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샘은 매일매일 조금씩 뭔가를 달리 해보지만 똑같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줄리엣(엘레나 캠푸리스)을 통해서다. 린제이(할스톤 세이지) 등 절친 셋과 어렸을 적 친구 켄트(로건 밀러)와 연관된 과거의 일도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과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상각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도 강조한다. 10대 소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으려 노력한 티가 난다. 사랑과 우정, 질투와 시기, 반성과 뉘우침 등등이 10대 소녀의 말과 행동으로 드러난다.
물론 10대들에게만 적용할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우리는 잘하고 있는 걸까?
로렌 올리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한국 정서와는 다른 부분이 꽤 있긴 하지만 미국 드라마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리 이질감이 들지 않을
눈을 떴는데 하루쯤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건 기시감이려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3번째 똑같은 하루를 경험하게 될 즈음이면 우울하고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그 갇힌 하루 속에서 소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31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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