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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회를 맞이한 ‘개그콘서트’를 비롯해 ‘해피투게더3’까지 500회를 맞이하며 KBS 장수 예능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정글과 같은 예능 판에서 오랜 기간 시청자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온 만큼 이를 기념해 뜻 깊으면서도 화려한 특집 방송을 준비해 선보이고 있는 것.
풍부한 볼거리와 뜨거운 화제성에도 불구 제작진과 개그맨들의 소통 불능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개그콘서트’와 달리 ‘해피투게더3’는 그야말로 게스트와 MC 시청자들이 모두 행복한 축제의 향연으로 웃음과 재미 호평까지 이끌어냈다. 가히 특집 방송의 나쁜 예 그리고 좋은 예라고 칭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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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는 500회 특집의 첫 편인 ‘보고 싶다 친구야’ 코너에서는 연예계 ‘인성 갑’으로 유명한 조인성은 지석진과 유재석의 전화 한통에 스튜디오를 달려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조동아리 멤버들은 신고식으로 ‘보고싶은 스타 TOP3’를 섭외해야할 상황에 처한 가운데TOP3의 주인공은 무려 송중기, 조인성, 공유였다. 지석진은 절친한 동생인 이광수를 통해 조인성의 전화번호를 따낸 뒤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의리남 조인성은 흔쾌히 게릴라 출연을 허락해 촬영장을 흥분케 하더니 예상치 못한 대활약으로 연신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그는 각종 쏟아지는 질문에 사이다 직구 답변으로 시원함을 선사했고 다른 MC들의 미션 수행에도 적극 참여했다. 깜짝 전화연결을 해온 이효리와는 의외의 친분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또다른 미션 대상인 송중기에겐 박력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예고편에서는 조인성이 박보검에 전화를 걸고 아이유가 촬영장에 나타나는 모습이 그려지는 등 초호화 게스트들의 등장이 그려지는 동시에 이들의 숨겨진 의외의 모습들, 진정성있는 축하와 에피소들이 대거 예고돼 향후 방송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반면 900회를 맞은 ‘개그콘서트’은 달랐다. 초대 받은 사람들도 초대한 사람들도, 이들 가운데 끼인 후배들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누구 하나 온전히 편안한 이들은 없었다. 화려한 축제의 시작과 동시에 개그맨 정종철로 시작된 ‘불통’ 논란이 식을 줄 모르더니 결국 축제의 분위기는 냉각됐고 최대 피해자는 ‘가시방석’ 처지에 놓인 후배 개그맨들이 됐다.
지난 영광을 자축하는 동시에 어려운 코미디계를 이끌어갈 이들을 격려하고자 마련된 축제였지만 때 아닌 논란과 불필요한 논쟁의 연속 속에서 이들의 존재는 단숨에 묻혀버렸다. 여전히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며 당분간 레전드의 무대가 계속될 전망이지만 한 번 냉각된 분위기는 좀처럼 불타오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옥동자’ 정종철의 쓴소리로 시작된 ‘900회 특집’ 논란에 대해 “특집 방송에 함께하지 못한 개그맨 분들의 아쉬움을 잘 새겨듣고 내부적으로도 다시 한 번 이번 기획에 대해 점검해 봤다. 사실 이번 특집은 현재 어려운 코미디계를 이끌어가는 후배 개그맨들과 그들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선배 개그맨들의 콜라보로 기획됐다”면서 “3주간 각 회마다 2명의 호스트 개그맨들과 소수의 선배 개그맨들이 후배들의 코너와 선배들의 코너를 함께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을 통해 배출된 많은 개그맨 분들을 모두 초대하지 못했던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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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방송 첫 공개이후 후 반가운 얼굴과 화려한 출연진으로 인해 시청률이 상승했지만 ‘옥동자’로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정종철이 자신을 비롯해 그동안 프로그램에 기여한 많은 개그맨들이 뜻깊은 자리에 초대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친 것.
정종철은 “제작진이 한참 잘못 짚었다”, “제작진만이 만드는 자리가 아닌 개그맨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정작 ‘개그콘서트’와는 관련이 적은 화려한 출연진으로 특집을 꾸렸다”, “많은 개그맨들이 왜 타사로 등을 돌리고 떠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라” 등 제작진을 향해 강도 높은 쓴소리를 했다.
동료 개그맨 임혁필이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과정에서 특별 출연한 유재석을 언급하며 논란은 더 커졌고 각종 해명과 사과글이 번갈아 올라오며 논란은 점점 커졌다. 논점에서 벗어난 각종 구설수로 인해 축제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각돼 버린 것.
부적절한 타이밍에 쏟아진 쓴소리, 제작진과 개그맨 사이의 해묵은 감정과 오해들이 뜬금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결국 개그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은 다시금 힘이 빠진 상황. 시청률이나 겉치레 보단 이들을 위해 선배들이 그리고 제작진이 보여줘야 할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 진정한
두 프로그램 모두 당분간 특집 방송을 이어간다. ‘해피투게더’는 화려한 첫 출발에 힘 입어 끝까지 유종의 미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난을 겪은 ‘개그콘서트’는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다시금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