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바로 ‘전쟁’, 그 참혹하고 잔인하며 비극적인, 끝이 보이지 않는 역사.
영웅적 존재의 인생 파고를 담아낸 영화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장군의 몰락을 풍자의 시선으로 그려 신선함을 안기지만, ‘전쟁’과 ‘블랙 코미디’의 조합이 썩 조화롭진 못하다. 전쟁 소재를 다루는 접근 방식이 독특하지만 감동의 깊이나 메시지의 울림은 다소 얕다. 브래드 피트의 패러디된 코믹 변신은 흥미롭지만 자연스럽게 녹아든 느낌은 아니기에 역시나 아쉬움을 남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워 머신’이 지난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미 육사 출신으로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및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스탠리 맥크리스털 대장이 겪게 되는 인생의 격동기를 현실과 패러디의 미묘한 경계 사이에서 그려냈다. 원작은 기자인 마이클 헤이스팅스의 저서 ‘더 오퍼레이터스(The Operators)’다.
글렌 맥마흔 장군(브래드 피트)은 반체제적 성향으로 곧잘 병사들 편에 서는가 하면, 과장과 허세를 일삼기도 하는 인물이다. 성공가도를 질주하며 4성 장군의 위치까지 오른 그는 나토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으로 아프카니스탄에 발령 받지만 지나친 자만심과 저널리스트의 거침없는 폭로로 결국 무너지고 만다.
영화는 이 같은 원작의 당돌하면서도 독특하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재치있게 구현시킨다. 색다른 시선과 과감한 풍자, 동시에 위대한 영웅으로 알려진 주인공의 허점을 맹렬하게 담아내면서 분명 기존 전쟁 영화화는 차별화된 색깔을 보여주지만, 점차 근본적인 문제 의식에 다가갈수록 깊이의 허점을 드러내고 만다.
감독은 병사 개개인에 대한 존경심을 담고자 하지만 디테일의 부족함 탓인지 그 의도가 온전히 드러나진 않는다. 전쟁을 찬양·미화하지 않고 지나치게 비극적이지도 않게 담담한 시선으로 점차 문제 의식에 접근하지만 상징성을 지닌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 탓에 몰입도가 다소 떨어진다. 코미디로 시작된 영화는 점차 진지해지지만 그 계기나 이야기 전개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아 장르의 뒤섞임이 조화롭지 못하다. 오히려 결말로 갈수록 메시지는 모호해진다.
너무 많은 걸 담고자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다소 헐겁다. 캐스팅이나 개성 넘치는 원작, 브래드 피트의 파격 변신 등 다양한 무기들을 내세웠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매력적인 게 없다. 순간 집중도에 비해 작품이 남기는 여운의 깊이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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