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창과 방패의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지키려는 자 ’보수’와 변화를 추구하는 자 ’진보’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이 영화 때문에 전세계 영화계가 난리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해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까지 진출한 ’옥자’. 영화제 개막 일주일을 앞둔 시점이라 빠른 진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쉽지 만은 않은 문제가 될 전망이다.
최근 프랑스 극장협회는 ’옥자’의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극장에서 상영된 뒤 3년이 지난 영화여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프랑스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옥자’가 기존의 전통적인 플랫폼인 극장이 아니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 영상임을 문제시한 것이다.
영화와 영화제로 둘째라면 서러워 할 프랑스가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를 지키려 하는 입장이다. 이해는 된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걸 지키기 위한 게 보수의 참된 뜻이 아닌가.
오랫동안 유지된 전통을 고집하고 지키려면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플랫폼 영상 ’옥자’의 등장과, 나아가 칸 초청은 전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롭게 나타난 창이 견고하기만 했던 방패, 나아가 탄탄한 성을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프랑스 극장협회 측은 완강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칸 영화제 측은 손을 들었다. "새로운 영화 투자자를 환영하지만 프랑스와 세계 영화의 전통적인 영화 상영 방식을 향한 지지를 반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칸 경쟁에 출품하고자 하는 영화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돼야 하며 이 새로운 규칙은 내년 칸영화제부터 적용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타결될 것 같던 문제는 프랑스 국립영화위원회가 한 번 더 발목을 잡았다. 지적을 받은 넷플릭스가 ’옥자’를 프랑스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상영하기 위해 부랴부랴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국립영화위원회 프레데릭 브레딘 회장은 "일시적인 비자로는 프랑스 규정을 우회할 수 없다. 두 영화에 대한 폭넓은 극장 상영을 원한다"고 밝혔다. 꼼수와 편법이라는 지적이다.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온전히 느끼길 바란다는 프랑스 측 요구는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또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관객은 TV와 모바일로도 영화를 본다. 걸어다니면서 영상을 보는 세대에 대해, 이제 두 말하면 입
영화와 극장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망할 것 같지 않던 비디오 대여 시장을 사장시킨 이들 중 하나인 넷플릭스. 날카롭고 강한 창을 들고 덤비는 기업을 극장은 어떻게 막아낼까.
영화의 다양성을 존중해 다양한 영화를 극장에 거는 데 노력하는 프랑스에 닥친 문제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