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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송 10년 만에 쉼표를 찍는다. 공식적으로는 폐지 아닌 시즌4 종영이지만 사실상 언제 다시 시청자 앞에 설 지 기약 없는 작별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6일 방송을 끝으로 현재 방영 중인 시즌4를 마친다. MBC는 “장수 프로그램인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올 예정”이라며 프로그램 폐지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가 2008년 첫 방송 이후 현 시즌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시즌이 바뀌던 때에도 ‘시즌 종영에 따른 휴식기’를 가진 적이 없던 만큼 사실상 이번 쉼표는 거의 마침표에 준하는 방점이라 해도 무리 없어 보인다.
비록 재정비를 위해 막을 내리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는 무려 10년 동안 MBC의 주말 5시 황금 시간대를 책임져 온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뜨겁게 각광받던 영화도, 온몸으로 맞서야 했던 잦은 구설과 비난도 이제 모두 ‘굳은살’이 시점, ‘우리 결혼했어요’가 걸어온 영욕의 10년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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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 연애, 결혼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중 하나로 2008년 시즌1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화제의 예능으로 각광받았다.
지난 10년간 50여 커플이 활약한 ‘우리 결혼했어요’는 1기 알렉스-신애, 서인영-크라운제이, 솔비-앤디, 김현중-황보 커플로 시작해 2기 손담비-마르코, 환희-화요비, 강인-이윤지 커플로 물갈이됐고 이후 3기 신성록-김신영, 전진-이시영, 정형돈-사오리, 이후 정형돈-태연 커플까지 숨 가쁘게 달려오며 나름의 자리매김을 해왔다.
‘가상부부’라는 이름의 이들 커플들은 제각각의 개성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오글거릴 정도로 로맨틱하거나 실제 현실로 느껴질 정도로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매력이 컸던 커플도 있고, 존재감이 미미했던 커플도 있었다. 비록 ‘가짜 연애’라는 게 프로그램의 대전제임에도 불구, 대놓고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들의 활약에 다수 시청자들이 대리만족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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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커플’로 사랑받은 조권-가인을 비롯해 정용화-서현, 닉쿤-빅토리아, 광희-한선화, 태민-손나은, 육성재-조이 등 다수의 아이돌 가수들이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활약했다. 이들 아이돌 커플은 ‘우결’의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하락세의 원인으로 포화를 맞기도 했다.
아이돌 커플은 무대 위 꾸며진 모습이 아닌, (어느 정도 정제되긴 했으나 비교적 실제와 가까운) 민낯을 보여주며 각광받았다. 여느 성인 커플의 노련함과 달리 데이트 ‘초짜’들의 풋풋한 에피소드가 소소한 재미를 줬다. 하지만 프로그램 장기화에 따라 이들의 가상 연애 역시 패턴화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아이돌 커플의 활약은 ‘우결-세계판’이 확장세를 보인 2010년대 초반까지가 전성기였다. 이후엔 아이돌-배우 커플 등의 새로운 조합이 실험적으로 등장, 프로그램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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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는 방송 5~6년차가 되면서 매너리즘이 뚜렷해졌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또 다른 커플이 보여주는 패턴화된 데이트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새 커플이 등장할 때마다 제작진은 “새로운 얼굴이 주는 활력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그 활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수차례 ‘우리 결혼했어요’에 닥친 슬럼프를 극복하게 한 건 ‘현실 커플’이었다. 비록 지금은 각자의 가정을 꾸린 상태지만 당시 오랜 연애로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던 황정음-김용준 커플이나, 지금은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정인-조정치 커플의 ‘현실 연애’를 바라보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하지만 간판 커플의 실종은 결국 프로그램의 위기로 귀결됐다. 김원준-박소현, 남궁민-홍진영, 최민용-장도연 커플이 각각 출연하던 시절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이미 시청자와 ‘권태기’를 겪고 있던 ‘우리 결혼했어요’에겐 일시적인 처방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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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함보다 큰 덫, 대본 논란-출연진 열애 보도
대본 논란과 출연진 열애설은 ‘우리 결혼했어요’가 끊임없이 싸워온 두 ‘골리앗’이다.
우선 대본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결혼했어요’ 초, 중반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았다. 비록 가상 결혼 형태이긴 해도 과하게 디테일한 대본의 존재는 리얼리티를 강조한 프로그램 콘셉트와 배치되는 만큼,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이같은 대본 논란은 대부분 촬영 장면을 먼발치에서나마 지켜보는 팬들이 적지 않은 아이돌 커플에 주로 제기돼 그 파장이 컸다.
대본 논란보다 출연진 열애 보도에 따른 충격도 엄청났다. ‘우리 결혼했어요’ 속 커플이 비즈니스적으로 엮인 사이일 뿐이란 걸 모르는 바 아님에도 불구, 이들이 마치 진짜 연인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판타지가 이와 정반대되는 현실과 맞닥뜨렸을 때 다가오는 파장은 충격을 넘어 배신감에 가까웠고, 진정성 논란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준-오연서, 송재림-김소은, 홍종현-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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