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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김남길 |
“사실 연기를 하면서 ‘내가 연기가 잘 안 맞는데 그만 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았다. 이게 배우든, 글을 쓰는 사람이든, 다른 직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든, 지금은 뭔가 물어보고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 진짜 잘 모르겠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고, 그때는 진짜 잘 모르니까 뭔가에 힘을 주려고 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것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나이가 먹어서 힘들기도 하고.(웃음) 기본적으로 디테일한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디테일하게 다음달, 내일 목표까지 정하고 그랬다면 지금은 그런 계획 자체를 아예 세우지 않는다. 그냥 오늘 하루, 내일 하루를 잘 살자는 데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까 그런 게 쌓이다 보면 뭔가가 이루어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막연하게 마음 편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연기하는 데에도 그게 묻어나는 것 같고, 사는 것 자체도 거기에 많이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배우의 길이 맞는 건지, 지금 달리고 있는 방향이 정확한 건지에 고민이 많았던 김남길은 ‘연기를 그만 둬야 하나’라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있었다. 여러 생각에 빠지다보니 긍정적인 편인 그도 위축감을 느꼈고, 심리상담도 받았다.
“‘그만 둬야 하나’라는 생각은 늘 하는 것 같다. 이게 되게 웃긴 게 ‘해적’할 때 그런 부분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뭔가 아닌데 제가 부여잡고 있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다른 직업을 찾아보려고 해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거라 다른 것보다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는데 인생 새옹지마라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고민이 발전될 쯤 ‘무뢰한’을 하면서 연기가 되게 재밌게 느껴졌다. 근데 건강이 좀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작품이 본의 아니게 ‘어느날’ 찍고 1년 정도 공백이 생겼다. 옛날에는 작품하고 연기하는 게 제가 주목을 받지 않아도 연기하는 것 자체가 그 본질적인 게 되게 좋았는데 지금은 시간이 지나고 몸도 좀 안 좋아지다 보니까 연기라는 게 두렵고 현장 가는 것 자체가 무서워지더라. 그러면서 여러 생각을 하면서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이러다보니까 ‘배우로서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안 좋아지다 보니 생각이 계속 같이 가는 것 같다. 되게 긍정적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위축이 되고 움츠려들고 그러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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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한켠에 묵혀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놓은 그는 스트레스로 인해 보름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다행히 컨디션 회복은 빠른 편이지만 그 주기가 잦아지고 있다고 판단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그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진짜 빨리 나오는 편인데 그게 주기가 잦아지고 있다. 진짜 긍정적인 스타일이라서 금방금방 나오는 스타일인데, 정 안되니까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다른 사람 도움도 받아보려고 하고 있다. 그게 아까 ‘어느날’에서 얘기한 것처럼 꼭 우리가 죽을병에 걸린 게 아니라도 우리 모두 다 그렇게 살지 않나. 나도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하는 게 사실 우리가 일반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요즘 누군가에게 내 아픔을 이야기하는 게 되게 어렵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 심리상담도 받아보기도 하고 그렇게 됐다. 그게 비단 개인적인 나만의 일이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그래서 강수를 연기할 때 그런 부분을 투영해서 보여주고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