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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의 '목욕탕 발성'이 예상과 다르게 쓰인다. 여전히 그 비슷한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임금의 근엄함이 깃들어있지 않다. 일반 사극 톤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신 궁궐에 처음 등원하는 안재홍이 영화의 처음부터 등장하며 굵은 목소리로 "전~하"를 연습한다. 둘의 대치 혹은 조화를 예고하는 시작이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의 가장 큰 미덕은 두 배우의 조화로운 연기 호흡이다. 즐겁고 유쾌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데, 그 예측은 일반적인 흐름을 따라간다.
물론 '꽃미남' 두 남자배우의 '케미'를 원한 원작 만화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원작 만화의 그림체를 본 적이 있다면 당연히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선균, 안재홍은 그 그림체와는 '약간' 다르지만 또다른 '브로맨스'를 선사한다.
'깐족' '촐랑' '허세' '독설'이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왕 이선균과 천재적 기억력으로 장원급제했는데도 하는 짓이 너무 어리바리한 신입 사관 안재홍. 셜록과 왓슨('셜록 홈즈')이나 김민과 서필('조선명탐점')이 떠오르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근엄할 줄 알았던 왕이 모든 사건을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게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다. 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 속 단서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시체 검안도 직접 하는 등 전에 없던 특별한 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안재홍의 코믹은 언제나 본 것 같은데 기시감이 들어도 피식피식 웃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그를 보고 웃을 수 있는 건 이선균의 도움이 크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뺨을 때리거나 잔소리를 쏟아내며 무안을 주는 등의 상황적 웃음이 그 몫을 톡톡히 한다. '시간차 공격'을 하는 이선균에 맞서 시간이 지나니 되받아치기도 하는 등 안재홍은 이선균과 함께 흥미로운 웃음을 자주 만들어낸다. 찰떡궁합이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기존 사극의 격식과 전형성을 무시했다. 사극의 말투가 아닌 현대극 말투로 웃음을 주던 영화는 기존에도 있었으나 이 영화는 두 배우 덕분에 또 다른 맛을 전달한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너무 올드한 유머 구사 아니냐'는 의심이다. 또 굳이 임금과 신하라는 설정이 아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배를 타고 강으로 나선 두 사람의 활극이 담긴 장면과 안재홍이 천재적 기억력을 통해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되짚어 나가는 장면들은 특기할 만하다. 입체적 즐거움을 주기 위해 특별한 촬영 기법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한 데 묶은 감독의 솜씨는 나쁘지 않다. 아귀가 맞아떨어지긴 하는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담아낸 듯해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