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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은결 프로젝트 |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처럼 고민이 많은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이은결은 국내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가진 마술사일 뿐 아니라, 마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한 일루셔니스트다. 거기에 최근 다수 방송을 통해 마술이라는 장르에 다시 입김을 불어넣어 활기를 더한 이도 바로 이은결이다. 때문에 이은결이라는 이름이 가진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은결은 안주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마술을 언어로 삼아 다양한 소통을 꾀한다. 작년에 내보인 ‘멜리에스 일루션’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무대를 통해 장르의 확장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이은결의 고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데뷔 21주년을 맞은 이은결. 그는 2년 마다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더 일루션’으로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른 이은결이자, 무대를 총괄하는 감독으로 오르는만큼 그에 따른 고민도 적지 않았다.
“제가 쓴 것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딜레마다. 제 대본에 김동연 연출의 힘이 더했지만 이것을 만드는 사람이자 공연을 하는 사람이니 아이러니가 생기더라. 특히 작년에 20주년 공연을 할 때는 무대에 올라 100% 내가 돼야 하는데 집중하는데 쉽지 않았다. 무대에 오른 이은결인 동시에 조명, 음향 편집 등 무대 감독이어야 하니,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관객들은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지만, 무대에 오르는 사람으로 아쉬움은 늘 남을 수밖에 없는 법.
“작년에 든 생각이 그동안 ‘100% 완벽한 공연’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공연을 하면서 즐기고 있다는 것도 내 착각이었다. 공연을 하면서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드는데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완벽이라는 것이 일루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은결의 ‘완벽한 것이 곧 일루션’이라는 표현은 착각이나 환상 등 사전적 의미가 아니었다. 조금 부족한 무대라고 느껴지더라도 자신이 즐길 때 비로소 관객들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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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년 전 만해도 무대 위 적막을 참지 못했던 그이지만, 이제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통할 때 무대의 묘미를 더 느낀다는 것. 비로소 힘을 빼고 ‘진심’을 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고.
“작년 한 3개월 동안 힘든 시간이 있었다. ‘멜리에스 일루션’을 하고 ‘더 일루션’을 준비하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딜레마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공연을 마칠 때는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힘든 시간 덕분에 이은결은 무대에 대한 자신이 생겼다. 그는 “자신있게 드러내고 싶다.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가보자. 내가 행복하면 되지’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대중 예술을 하면서 쉽지 않은 마음을 가진 것이다. 특히 마술이라는 특수한 언어를 표현하는 그에게는 말이다.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대중예술을 하는 분들, 분명 딜레마가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불가피하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것. 거기에서 오는 딜레마다. 내가 하고 내 안에서 나오는 세상,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감정 영감 등 만들어서 대중이 외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받아들였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때문에 이은결은 단순히 신기한 것만 보여주는 마술사가 아니다. 트릭과 도구를 통해 눈을 현혹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이나 꿈, 상상은 헛된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고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메마른 감정에 꿈, 환상, 상상이라는 단비를 뿌려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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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이 마술사가 아니라 일루셔니스트라고 불리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이은결은 단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자신의 안에 있던 이미지나 감성을 가시화 시키는 과정. ‘멜리에스 일루션’, 콜라보로 다양함을 꾀한 그의 다
“새로운 작업도 많이 하고 싶다. 콜라도보 계속하고 싶고, 소극장에서 장비, 설비 없이 관객과 마주하고 싶다. 일루션은 어디로든 갈 수 있지 않나. 그런 게 너무 재밌다. 나 또한 내가 어느 영역, 지점으로 어떤 세상으로 갈지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